(40)밥짓기 대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4만여 명의 근로자들에게 단체급식이 이뤄진다. 이곳에서 하루 6300㎏, 연간 151만2000㎏을 소비하는 식자재가 있다. 그 주인공은 쌀이다. 80㎏짜리로 하루에 79가마, 연간 1만8900가마가 필요하다. 찹쌀을 혼합해 밥을 짓는 것을 감안해도 조달 자체가 만만찮다.

연간 제공되는 쌀의 40%인 7650가마는 서산농장에서 조달한다. 서산농장은 과학영농의 힘으로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1%를 생산해 내는 곳이다. 서해 천수만을 간척해 조성한 여의도 면적의 33배나 되는 땅이다. 당시 조수간만 차이로 난항을 겪던 물막이 공사에 폐 유조선을 활용해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정주영 공법’이 창조된 곳이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8년 소 500마리를 몰고 방북해 남북화해의 물꼬를 튼 역사적인 일화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서산농장에서 과학영농으로 생산된 쌀
현대車 울산공장 4만여 근로자에 제공
신메뉴 창조 위해 ‘밥 짓기 경연’ 개최

나머지 1만1340가마는 지역농촌 협력사업 일환으로 두북과 농소 일대에서 생산된 쌀로 충당한다. 농부의 발자국소리 100번을 들어야 벼가 익어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옛말처럼 현대그린푸드는 지역농촌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먹고 자란 쌀을 조달해 밥을 지어 제공한다.

식단은 두 가지로 제공된다. 1식4찬인 한식을 제공하는 A식단, 일품 밥과 분식, 양식 등을 제공하는 B식단이다. B식단은 메뉴의 다양화와 선택의 폭을 넓혀 급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운영한다. 잔치국수, 라면, 자장면, 짬뽕 등 분식 메뉴가 나갈 때도 밥은 빼놓을 수 없는 주식이다. “밥이 보약이야, 많이 먹어”라고 하시던 울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쌀은 비타민B2가 풍부해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 비타민B6는 세로토닌(serotonin) 분비를 늘려 스트레스 해소 및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쌀의 섬유질은 중성지방을 흡착해 장속을 깨끗이 청소해 준다. 쌀 속의 옥타코사놀(octacosanol) 성분은 글리코겐 저장량을 향상시켜 지구력과 순발력을 높여준다.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lysine)은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이 정도면 쌀로 지은 밥이 과학적으로 보약임이 입증된다. 거기에 밥을 할 때 솥과 불의 세기, 쌀의 상태에 따라 물의 양을 달리하는 등 농부들의 정성과 밥 짓는 이의 정성을 담아 조리하기 때문에 한약방에서 보약 한재 지었다고 하는 것처럼 밥을 짓는다고 할 정도이니 보약임에 틀림없다.

현대그린푸드는 보약을 짓는 정성으로 지은 밥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 일환으로 밥을 짓는 조리원들을 대상으로 밥 짓기 경연대회를 하고 있다. 매번 조리원의 아이디어와 솜씨로 만들어지는 일품 밥으로 신 메뉴를 창조해 내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행사다. 조식에 제공하는 숭늉의 맛을 좌우하는 누룽지는 3의장식당이 1등을 차지했다. 누룽지의 두께와 알맞게 눌리는 것에 승부수를 걸었다. 기본인 흰 쌀밥은 숙소식당이 차지했다. 독신자들에게 일상화된 집밥 제공의 노력으로 1등의 영광을 안았다.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조리원 개개인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일품 밥 짓기에는 조리원들이 갈고 닦은 손맛으로 다양한 밥을 지어냈다. 낙지, 김치, 콩나물, 감자, 단호박, 톳, 치자, 강황, 곤드레, 무, 팥, 양대 등의 부재료를 사용했다. 시식 겸 심사시간은 조리사들의 열정과 취반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축제한마당이었다. 스타렉스식당에서 조리한 팥양대밥이 1등을 수상했다. 기본에 충실한 밥 짓기에 승부를 걸어 1등을 차지했다.

‘우리 무지개 푸르른 날은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밥 짓기 경연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기분이 한껏 달아올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해조류를 이용한 톳밥, 건강식인 강황밥, 단번에 인기 만점이 될 것 같은 낙지김치밥, 밥 색깔이 너무 예쁜 치자밥 등…. 신 메뉴로 고객에게 제공 가능한 일품 밥이 많이 시연됐다. 이제 농부들의 정성과 조리원들의 솜씨가 근로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게 메뉴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은 영양사의 몫이다. 신 메뉴를 제공할 때 근로자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두려움, 그 기대가 성공으로 돌아올 때의 짜릿함을 빨리 느껴보고 싶은 하루였다.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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