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시루떡과 케이크의 명암

시루떡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메뉴다.

요즘은 이사 떡을 돌리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예전에는 이사를 하면 잘 봐달라고 떡을 돌렸다. 또 개업을 했다고도 돌리고, 애기 돌이라고도 돌렸다. 시루떡은 좋은 일에는 빠지지 않았고, 받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시루떡이라면 서양에는 케이크가 있다. 시루떡이 신명에게 감사하는데 의미를 두었다면, 케이크는 사람을 축복하는데 의미를 두는 차이일 뿐 모두 축복과 감사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떡은 그저 맛이나 모양뿐 아니라 그 떡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인절미는 끈끈한 결속력과 일심동체를 다지는 의미로, 가래떡은 길다란 모양답게 장수를 원하는 의미로, 보름에 먹는 송편은 다산(多産)을 의미한다고 한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이렇듯 우리의 전통 떡에는 의미와 기원이 깃들어 있다. 시루떡은 병마와 액마를 물리치는데 사용했다.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빛이고 그 불빛과 비슷한 것이 붉은 팥이라고 여겨 시루떡을 사용했다고 한다.

찜 요리인 한국의 시루떡과
굽는 요리인 외국 케이크
모두 축복·감사의 의미 지녀
쌀을 쪄서 만든 떡의 끈끈함으로
외국인 디저트로는 부적합
고물, 파우더나 무스로 전환 필요

시루떡에 얽힌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다. 몇년 전 KTX경주역사 준공 기념행사에 출장파티를 간 적이 있다. 국무총리,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였다. 주최 측은 식사 전에 진행되는 시루떡 기념 커팅을 위해 이런 요구를 해 왔다. 길이가 16m나 되는 시루떡 위에 ‘경축 KTX 경주역사 준공 기념’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여야 하고 떡과 떡 사이가 절대로 끊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철도 특성상 레일이 끊어지는 것은 곧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절대로 이음부분이 끊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최 측 요구에 따라 조심해서 하나씩 붙이고 그 사이를 고물로 메우면서 글 간격 맞추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마는 땀 범벅이 되었고 내빈들의 열차가 도착했다는 구내방송이 나올 때쯤 겨우 완성했다. 행사가 끝난 뒤 동네주민들과 내빈들이 시루떡을 나눠먹는 모습을 보며 힘들었던 과정은 스르르 잊혔다. 많은 사람들이 기원과 소원을 빌면서 함께 나눠먹는 음식으로 시루떡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렇듯 많은 의미를 지닌 시루떡이 케이크에 밀려난 것이 못내 아쉽다. 시루떡이 찜 요리라면 케이크는 굽는 방식이며 다양한 변화와 기술로 감상할 수 있는 요리이다. 시루떡이 팥, 콩, 쌀이 주재료라면 케이크는 과일, 치즈, 초콜릿, 곡물, 통조림 등 다양한 재료의 활용이 가능하기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외국인에게 디저트로 떡을 제공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쌀을 쪄서 만든 떡은 입 천장에 붙어 삼키기 힘들고 고물을 흘리지 않고 먹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스나 케이크는 입으로 들어가면서 살살 녹아 입안을 개운하게 하지만 떡은 식사에 가까워 디저트로 사용하기에는 무거운 느낌이다.

지인 중에 떡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고 다양한 종류의 떡을 개발할 정도로 열심이지만 케이크처럼 대중화되지 않고 그냥 떡 잘 만들지라는 정도로 끝나 영업이 힘들다고 한다.

우리 떡이 세계화 된 음식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찌는 요리에서 굽는 요리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고물을 파우더로 바꿔보고 외국인이 좋아하도록 무스 스타일로 바꾸는 방법을 찾는다면 케이크를 밀어내고 기쁜 일에 시루떡을 찾는 날이 오리라고 본다.

 

 

● 오늘의 별미 메뉴 - 꼬막 깍두기 볶음밥
◇재료: 꼬막 살 200g, 깍두기 국물 50㎖, 김가루, 깨소금 2큰술, 참기름 1큰술, 밥 2공기.
◇꼬막 살 양념: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맛술 1큰술, 다진 마늘, 참기름 1작은술 ,양파 100g, 당근 50g

◇만드는 법 :
● 꼬막 살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양념을 넣고 적당한 크기로 다진다.
● 깍두기는 굵게 다지고 국물은 따로 채에 받쳐둔다.
● 팬에 다진 양파, 당근,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꼬막 살과 깍두기를 넣고 볶는다.
● 소금, 후추 양념을 하고 밥을 첨가해 주걱으로 밥이 뭉치지 않게 눌러 양념이 고루 섞이게 저어준 다음 참기름을 넣고 마무리한다.
● 그릇에 볶음밥을 담고 깨소금, 김 가루, 깻잎을 올린다.
※ 꼬막이 남으면 꼬막, 미나리, 깍두기 국물을 이용해 꼬막 미나리 전을 만들면 별미로 드실 수 있을 것 같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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