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의 지진은 대비가 어려워도
폭우로 인한 침수는 불가항력 아니다
대비책 잘 세우면 피해 줄일 수 있어

▲ 추성태 정치경제팀장

지진과 물난리를 겪기전만 해도 울산은 자연환경으로부터 축복받은 도시였다. 도심지척에 산, 바다, 강을 모두 갖춰 어디든 갈수있고 태풍, 설해, 폭우 등 자연재해도 적은 편이었다. 울산 서쪽에 1000m가 넘는 고봉이 병풍처럼 둘러싼 영남알프스는 평소에는 등산명소지만 동남쪽으로 진로를 잡는 태풍이 지나갈땐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준다. 겨울철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고 설해도 적은 편인데 이는 북서쪽에서 발생한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남하하는 과정에서 더이상 확장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근래 발생한 일련의 지진과 그동안 겪지못한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보면서 시민들은 요즘 유독 다른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재해재난 공포를 안고 산다. 월요일 저녁이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만 보던 생전처음 겪는 지진공포가 엄습한다. 지진의 진앙지는 남경주일원이지만 체감도나 공포감은 120만 인구가 사는 울산이 훨씬 크다. 과거에는 지진같지않던 진도 2,3의 약진도 이젠 직감적으로 감지해내는 동물적 본능도 생겨났다. 울산의 자연재해는 다른 어느도시에도 없는 다량의 원자력발전소와 집적화된 석유화학단지 등 산업시설과 연계돼 있어 이중삼중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지진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에서 본 가상의 물난리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더이상 울산이 자연재해로부터 축복받은 도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가스누출 폭발화재, 해양안전사고 등은 울산에서 언제든 대형재난으로 번질 수 있는 재해들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좋은것으로만 생각됐던 울산의 산, 바다, 강 등 자연환경이 이같은 재해와 만나 더큰 재난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사실 지진같은 자연재해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인위적으로 막기 힘든 불가항력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건축물의 내진기준을 지금보다 대폭 강화할 수 있을까. 내진기준을 진도 6에 맞춘다면 7에는 속수무책이고 진도 8에 맞춘다면 9에는 견딜 수 없다. 한반도에 진도 몇의 지진이 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건물을 진도 8,9에 맞출 수는 없다. 결국 원전과 같은 위험시설이나 신규시설은 지금보다 강화된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내진기준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지진대피요령을 잘 습득해 재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책이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시민들이 일련의 지진공포를 겪으면서 그동안 ‘우리지역은 지진에서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서 언제든 울산서도 대형지진이 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마다 지진대피요령 안내문이 붙어있어 완전히 숙지하지는 못해도 순간적인 응급대처는 가능할 정도로 지식이 생겼다.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일본국민처럼 겸허하게 자연에 순응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피요령을 생활화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같은 자연재해라도 지진과는 달리 물난리는 원인을 면밀히 따져 다각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집중호우탓이라고는 하지만 도시가 물에 잠기고 이재민까지 발생한 것을 오로지 자연재해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수조원대의 국책사업인 울산혁신도시 건설사업을 시행하면서 지대가 낮은 하부지역에서 응당 일어날 수 있는 침수피해에 대해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은 LH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준엄하게 책임을 묻고, 난개발로 울산이 축복받은 자연에서 재해에 취약한 도시로의 빌미를 준 행정관청도 응분의 책임감을 갖고 도시안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추성태 정치경제팀장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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