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마다 눈송이처럼 소복이 내려앉은 억새 …
내딛는 걸음마다 탄성이 쏟아진다

▲ 가을 정취가 한아름 느껴지는 억새가 손짓하는 계절이다. 산야를 뒤덮은 억새는 하얗게 노랗게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억새의 계절이면 전국적으로 억새축제도 잇따른다.

억새가 손짓하는 계절이다.

가을 정취가 한 아름 느껴지는 억새바다로 어서 오라고 유혹한다.
어디서 그토록 찾아드는지 갈대물결에 사람물결도 멋진 풍광이다.
단풍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산야를 뒤덮은 억새는 하얗게 노랗게 가을의 심연으로 이끈다.
소슬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물결을 헤치며 걷는 산길은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한다.
전국 어디서나 억새의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신불재에도, 간월재에도, 사자평에도 영남알프스 첩첩산중 억새밭이 밀림을 이뤘다.
가보고 또 가보아도 아름다운 장관이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은 산객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준다.
간월재 정상 활주로에서 출발한 패러글라이딩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제법 색깔을 갖춘 나뭇잎들이 바위들 사이에서 물들고 있다.
아직은 제때가 아니지만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에 바람이 숭숭 뚫려 도저히 잠 못 이룬 시간이 몇 번인가.
달빛 아래서 정겨움과 운치가 있는 야간산행이면 또 어떤가.
여심은 억새에 흔들리고 억새는 바람에 흔들린다고 했던가.
아침이슬에 촉촉이 젖어 하얀 눈송이처럼 핀 억새 한 무리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드넓게 펼쳐진 비단결 같은 억새가 은빛을 내품는다.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군무를 추어댄다.
어른들 키만큼이나 훌쩍 자란 억새의 너울 따라 몸을 숨겨본다.
이미 청동빛 하늘은 석양으로 물들어졌고 억새밭은 그야말로 은빛으로 물결을 이룬다.
그 위를 거닐다보면 은빛 바다위로 배를 타고 가는 것 같은 황홀감에 빠져든다.
덧없는 세상사의 고민도 어느새 사라진다.
‘으악새(억새) 슬피 우는’ 소리 들으러 떠나자.
글·사진=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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