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적 수방대책 마련 서둘러야
급격한 도시화가 초래한 인재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울산 수해의 주범은 혁신도시 아래 묻힌 배수구(도랑), 즉 과거 깊은 계곡과 하천들이 이었으니,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일대 비좁은 지하 배수관에 모인 빗물은 예상치 못했던 폭발적인 수량을 감당할 수 없자 유곡 복개천 도로 위로 넘쳐 흐르며 청소구멍(개구부)에서는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울산 역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는 ‘사라호’ 태풍을 꼽고 있다. 당시 태화강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구시가지 성남동 옥교동 일대 저지대는 문지방까지 물이 차오르고 태화강에는 가축은 물론 초가지붕을 타고 사람이 떠내려 왔을 정도였다. 결국 남구쪽 지금의 태화로타리 지점 강둑이 터지면서 홍수는 삽시간에 삼산들판을 휩쓸고 지나 많은 재산과 인명피해에다 농토도 유실됐다.

그런데 공업도시로 개발되고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에는 이런 홍수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는데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내려 5일 새벽부터 낮 12시까지 3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재연됐다.

울산의 혁신도시를 비롯해 자연재해를 예측하지 못한 급격한 도시화가 초래한 어리석은 인간의 무계획적 마구잡이식 토목공사, 부동산 투기에 매몰된 어쩌면 자초한 인재(人災)라고도 볼 수도 있다.

혁신도시가 구시가지의 북쪽 높은 지역에 조성된 후 이번 수해의 최대 취약지인 유곡동과 태화시장을 비롯해 인접한 우정동 등 중구 전역이 집중 포화를 입었다.

혁신도시 개발 이전 일대가 수만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산과 깊은 계곡 그리고 논밭이었지만 개발이 완료된 지금의 상태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빗물이 일시에 머물거나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저류지도 형식적인 공사로 무용지물이 됐고 급기야 직선화된 비좁은 지하 배수구와 복개천 도로 위로 쏟아지니 도로가 곧 강이 된 것이다.

LH의 무모한 토목설계 및 부지조성 그리고 엄청난 부동산 차익을 남긴 부실공사로 삽시간에 자연의 모습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공기업 본사가 입주하고 상가,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만성 교통 체증을 빚고 있던 문제의 태화동 주민센터 앞 유곡 복개천 도로에 갑자기 빗물이 쏟아지면서 일대가 강으로 돌변, 차량이 떠다니고 복개천 위로 지하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 주변 상가는 모두 침수되고 말았다.

우정혁신도시의 부실공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실로, 확연히 그 본모습을 드러냈다. 폭우가 쏟아질 때 혹은 미증유의 자연재해에 대비한 충분한 수량을 예측하고 설계를 했다는 지하 매설 하천 구조물(배수로)이 문제였다. 또한 유곡천에 태화강 수문과 펌프장 시설이 갖춰졌더라면 이번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삼가 순직한 소방관과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수재민과 숨은 봉사자들의 노고를 결코 잊지 말고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과거 강북도로나 선경직물 대지 조성 이후의 홍수에 저지대였던 구시가지, 성남동 일대 배수가 안돼 난리를 친 일이 있었는데, 이제는 폭우가 쏟아졌다하면 전술한 구시가지 일대와 특히 유곡·태화 그리고 우정동은 이번처럼 똑같은 거대한 강과 호수로 변해버릴 수 있다. 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혁신도시 부실 토목 공사에 대한 근원적 문제점을 찾아 재설계 및 재시공의 수준으로 항구적인 수방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