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끔찍한 여성 선택할리 없어" 트럼프 반박이 논란 부채질
'트럼프에 투표하는 여성' 지지층 여전히 있어…트럼프 지지자의 '뉴노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이 최소 8명으로 늘어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증언이 나올 때마다 이들 여성의 주장이 거짓이고 오히려 자신이 기성 언론과 반대파가 벌이는 음모의 희생자라고 항변했으나 반박 과정에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성추행 파문이 대선 레이스 막바지를 휩쓸면서 이번 대선이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성범죄자인지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취가 공개돼 시끄러워진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2일 트럼프에게 성추행 피해를 봤다는 여성 2명에 대해 보도하면서 성추행 논란에 불이 붙었다.

보도를 보면 제시카 리즈(74)는 36년 전 뉴욕행 비행기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고 주장했으며, 레이첼 크룩스(33)는 11년 전 트럼프 타워에 있던 부동산 회사에서 일할 때 트럼프가 강제로 키스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민디 맥 길리브레이(36)도 미 지역 매체 '팜비치포스트'에 자신이 성추행 피해자임을 알렸다. 그는 2003년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저택 클럽 '마라라고'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사진작가 보조로 일하던 중 트럼프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또 미 대중매체 피플 기자 너태샤 스토이노프는 2005년 트럼프 부부를 인터뷰하러 마라라고에 갔을 때 트럼프가 단둘이 남겨진 방에서 자신의 동의 없이 키스했다고 밝혔다.

사진작가 크리스틴 앤더슨(46)은 14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반 뉴욕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서머 저보스(41)도 2007년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트럼프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주장했다.

앞서 CNN 방송의 여성 앵커 에린 버넷은 자신의 친구가 2010년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로부터 거의 강제 키스를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5월에는 1997년 유타 주 미인대표였던 템플 타거트가 미스 아메리카 대회 리허설 도중, 또 트럼프 초대로 트럼프 타워에 갔을 때 동의 없이 트럼프가 자신에게 키스했다고 NBC 방송에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는 성추행 증언을 반박하면서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매력적이지 않아 자신의 관심을 끌었을 리 없다는 여성비하적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14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 유세에서 비행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리즈를 두고 "끔찍한 여자"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녀는 나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이 '피해자'라며 항변하고 있다. 그는 14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 유세에서 "나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중상모략의 희생자"라고 호소했으며 이런 의혹 제기가 자신을 짓밟으려는 '국제적 음모'의 하나라고도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트럼프 지지자를 자처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자녀가 있는 주부,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 등 다양한 여성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여성'이라는 해시태그(#WomenWhoVoteTrump)를 달아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해시태그를 단 트윗은 4만3천건을 넘었다.

또한 성추행 파문을 기점으로 트럼프 유세에는 언론에 화난 군중,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라'는 구호, 가끔 들리는 '현안에 집중하라'는 외침이 들리는 등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 떠올랐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연합뉴스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한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출연자 서머 저보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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