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요즘 울산시민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을 우선 떠올릴 듯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인명사고 탓이다. 이달 들어서만 3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막대한 재산피해를 동반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13일 밤 중국 단체여행을 다녀오던 지역 한 기업체의 전·현직 직원 부부 등이 탄 관광버스가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부근에서 콘크리트 방호벽에 부딪혀 1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빚어졌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14일 오후 2시35분께는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에서 원유배관을 옮기는 작업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해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9월부터 계속된 지진 공포와 태풍 차바가 휩쓸고간 상처에 힘겨워 하는 상황에서의 비보여서 충격이 더욱 크다.

자연재난과 안전사고가 손쓸 사이도 없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괜찮을까? 어떡하지?’라는 물음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감마저 들게 한다.

지진과 태풍 차바에 따른 물난리를 겪기 전까지 울산은 자연재해·재난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도시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지난 7월에 이어 9월 규모 5.0 이상의 강진과 여진이 계속되고, 차바가 동반한 물폭탄은 이같은 인식에 근본적 의문을 남기고 있다.

게다가 자연재난과 재해에 대응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시스템도 곳곳에 구멍이 발견되면서 불안감을 키우는 듯하다.

지진은 그렇다 하더라도 집중호우와 그에 따른 피해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8년 8월 갑작스레 내린 집중호우로 남구 무거동에서 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2014년 8월에도 집중호우로 고리원전 2호기의 가동을 중단시킨 사례도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 집중호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대비해야 할 기상상황임이 예견됐음은 분명해 보인다.

댐 수문설치와 저류지에 대한 침수대책, 하수시설에 대한 신속한 정비 등이 선행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관광버스 화재사고와 석유공사의 폭발사고는 수십년 동안 지속돼 온 안전불감증과 부주의에 따른 인재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이유야 어떻게 됐든 가장 먼저 탈출한 것으로 전해져 300여명이 넘게 사망, 실종된 세월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책과 처벌, 그러나 이후에 또 판박이의 사고가 재발되는 악순환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을 애써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더 큰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시민들을 더욱 불안케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기본을 지키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시민의 안일한 인식이 이번 태풍의 피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자연재해든 안전사고든 더이상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시민들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기본부터 다시 챙기고 살펴야 할 때인 것같다. 모든 주체가 자신의 자리에서 고심하고 반성하며 문제가 무엇인지, 대책은 없는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천해야 한다.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만큼 최근 상황을 교훈삼아 철저히 반성하고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해 보인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