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울산을 할퀴고 지나간지 벌써 10여일이 지났다. 많은 태풍이 있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려 모든 것을 휩쓸어 초토화시켜 버린 태풍은 처음이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충격에 휩싸여 아직도 망연자실해 있는 태풍 피해 주민들을 보면 엄청난 자연의 힘을 다시한번 실감하고도 남는다. 지진이나 태풍 등은 어찌보면 불가항력적이어서 누구를 원망하기도 여의치 않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아무리 불가항력이라고 할 지라도 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곳에 있다. 옛말에 ‘무당이 비를 오지 못하게 할 수는 없어도 미리 우산을 준비하라고 할 수는 있다’는 말이 있다. 비가 올 낌새가 보이면 미리 우산을 준비하면 비를 훨씬 덜 맞을 수 있다.

울산시와 국토부가 25억원을 들여 울산 전역을 대상으로 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한다고 한다. 태풍 차바가 준 막대한 피해가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게 한 것을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울산은 그동안 태풍과 집중호우에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 영남알프스가 바람을 막아주고 태화강의 준설로 통수단면이 넓어져 앞으로는 홍수 피해가 없을 것으로 믿어 왔다. 실제로 과거 10여년 동안 태화강이 범람 위기를 맞은 적은 없었으며, 이번처럼 하천이 떠내려가고 울산 전체가 통째로 물에 잠기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행정기관도, 시민들도 홍수에 둔감해진 것은 사실이다. 비가 많이 오니 태화강 둔치의 차를 옮기라는 방송에도 시민들은 설마 했다. 이처럼 홍수에 대해 둔감해진 사이 울산의 기후는 아열대성으로 점점 변해갔다. 또 혁신도시 개발과 각종 공원화사업 등으로 흙을 밟을 수 없는 정도로 포장율이 높아졌고, 하천의 통수단면도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지하로 스며들 틈이 없어지면서 불어난 물이 순식간에 저지대로 흘러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태풍 차바는 태풍과 집중호우에 대한 울산의 취약점들을 그대로 드러내게 했다. 댐의 방류문제와 저류지 부족, 배수펌프장 운영문제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울산시와 국토부의 용역은 내년 말까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어디가 어떻게 취약하고 그 보완대책은 어떠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용역비만 25억원이 들어갈 정도이니 이 용역결과를 실행에 옮기는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태풍에 지금까지만 해도 천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비슷한 태풍이 오면 또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 지 모른다. 용역결과를 실행에 옮기는데 드는 비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울산의 존속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할 사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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