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춘수 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집안일을 할 수 없을 만큼 허리 통증이 심했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엉덩이가 유난히 뒤로 튀어나와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폐경 이후로 엉덩이 통증과 다리 저림 현상도 심해졌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척추전방전위증’ 진단을 받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근육량이 원래 적은데 폐경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근육량이 더욱 줄어 이런 질환도 발생하게 된다. 폐경기를 겪고 있는 중년 여성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척추 연결고리 뼈 끊어져 어긋나 발병
근육량 떨어지는 중년여성 특히 주의
평소엔 멀쩡, 무리하면 다리까지 통증
허리근육 강화 운동 가장 좋은 예방책

◇척추 잡아주는 힘 약해지면 발병률 증가

척추전방전위증이란, 척추가 앞(전방)으로 미끄러진(전위) 것이다. 대부분 허리 척추에서 발생하며, 인구의 4~8% 정도에서 발병한다.

임춘수 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허리척추는 모두 5개의 허리뼈로 구성되며, 이들은 서로 단단하게 연결돼 배 쪽으로 C자 모양의 매끈한 정렬을 이룬다. 척추전방전위증이 되면 매끈한 정렬에서 벗어나 위쪽 뼈가 아래쪽 뼈의 앞쪽으로 미끄러진 상태를 보이며, 미끄러진 정도에 따라 1~4기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연결고리 뼈가 선천적으로 끊어져 있거나 충격 또는 누적된 스트레스에 의해 끊어짐으로써 발생하는 분리성 척추전방전위증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에 의해 디스크나 인대가 약해져서 발생하는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이다.

▲ 척추전방전위증 진행 단계

임 전문의는 “척추전방전위증의 발병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가장 흔하지만, 운동이나 사고로 인한 외상도 주요 원인이 된다.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는 남녀 모두 척추뼈의 골밀도가 감소하고 디스크, 인대, 근육의 탄력이 약해진다. 따라서 척추를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고 불안정성이 증가하게 되므로 척추전방전위증의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성들의 경우 근육량이 남성의 3분의 2정도로 적고, 폐경기를 지나면 골다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연결고리 뼈가 끊어지면서 척추전방전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치료 위해 정밀한 영상 검사받아야

척추전방전위증 증상에 대해 임 전문의는 “겉으론 멀쩡하고 쉴 때는 아무런 증상을 못 느끼지만, 무리하게 움직이거나 오래 걸으면 허리통증은 물론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이유는 단단하게 연결돼야 할 척추뼈들이 서로 흔들리면서 허리통증이 발생하고, 또 어긋난 척추뼈로 인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 통로가 좁아지면서 다리에도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증상은 디스크 탈출증 증상(앉아있을 때 통증 심함)이나 척추관협착증 증상(오래 걸을 때 통증 심해짐)과 매우 유사해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척추전방전위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앉았다 일어날 때, 누웠다 일어날 때처럼 자세를 바꿀 때마다 통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불안정한 척추뼈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 전문의는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동반돼 증상도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정확한 치료를 위해 반드시 정밀한 영상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X-ray 검사 △CT 검사 △MRI 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우선 바로 선 자세에서 옆으로 X-ray를 촬영하면 척추뼈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허리를 앞으로 굽힌 상태와 뒤로 젖힌 상태로 각각 촬영한 다음 비교하면 척추뼈가 얼마나 불안정하게 흔들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바로 선 자세에서 45도 비스듬하게 촬영하면 연결고리 뼈가 끊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T 검사를 할 경우 연골고리뼈가 끊어진 위치와 방향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MRI 검사를 통해 신경이 압박받는 위치와 정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허리 근육 강화 운동으로 예방

척추전방전위증의 치료는 척추뼈가 어긋난 정도나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단계별로 시행한다.

임 전문의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진통소염제, 근이완제)치료나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이고 허리 근육을 강화한다. 통증이 심하지만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통증 주사치료(신경차단술)를 시행한다. 그리고 척추뼈가 심하게 어긋나 있다면 위아래 척추뼈를 바르게 정렬한 다음 고정시키는 수술(척추골 유합술)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임 전문의는 “척추전방전위증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허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다. 자신의 척추와 근육 상태에 맞게 서서히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비만인 경우에는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뿐만 아니라 식단조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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