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희 남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장
응급실에서는 상세불명의 약제를 먹고 중태에 빠지는 환자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민간에서 관절통 약제로 쓰는 초오이다. 초오는 조선시대에 사약으로 사용됐으며, 혀가 아리고 식도가 타는듯한 특유의 작열감으로 인해 주로 대역죄인의 사형에 사용됐다.

초오는 미나리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의 뿌리로, 그 꽃은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 불리며 뿌리는 까마귀머리를 닮았다 하며 초오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약제 시장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 끊임없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지리산에서는 탐방객 4명이 투구꽃을 먹고 이상 증세를 일으켜 구조된 적이 있으며, 2015년 9월 광주에서는 초오로 담근 술을 마신 부부가 함께 숨지기도 했다.

초오는 알칼로이드 성분인 아코니틴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는 인체에 들어와 아세틸콜린의 저하제로 작용함으로써 독작용을 일으킨다. 아세틸콜린은 신경과 근육이 이어지는 곳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가 근육을 수축할 때 아세틸콜린이 분비돼 수축을 일으키게 되는데, 만약 아세틸콜린의 작용이 방해받으면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근육 마비가 일어나게 된다. 또 초오에는 아코니틴 말고도 하이겐아민 등 여러가지 알칼로이드가 있는데 이들은 매우 강력한 심장독성물질이다. 이러한 물질들로 인해 생명에 위협적인 호흡근육의 마비 및 부정맥등이 발생할 수 있다.

민간요법에서는 초오의 독성은 끓이는 과정을 통해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코니틴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물에 끓이면 독성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아코닌이라는 물질로 바뀌긴 하지만, 독성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것과 독성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또 심장독성이 있는 하이겐아민은 아무리 오래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복용후 10~20분 후부터 위장관계(오심, 구토, 설사, 복통), 호흡기계(호흡곤란), 심혈관계(흉통, 실신, 부정맥), 신경계(손발저림, 어지럼증, 구강마비감)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부정맥은 심방세동, 조기심실수축, 심실빈맥 등 다양하고 위험한 형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며 약제 및 전기적 쇼크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이장희 남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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