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요리사 품귀현상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것이 요즘처럼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 TV만 틀면 요리 채널이 넘쳐날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요리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들다.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절박함이 묻어나는 요리사를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같은 현상이 왜 생기는 것일까.

TV에 출연하는 셰프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을 하지만 젊은이들의 풍토는 빠른 성공을 바라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브나 고든 램지와 같은 요리사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최고의 셰프를 꿈꾸며 유학을 가거나 최고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취업하지만 대체적으로 절박하게 노력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매스컴에 나오는 화려한 요리사들의 모습만 보고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노력과 열정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떤 직업군이든 달인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설거지든 허드렛일이든 스스로 고생해서 터득을 해야 후배들에게 빠르게 그 일을 끝내는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TV속 화려한 요리사들 좇는
젊은 요리 전공자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노력·열정은 제대로 알지 못해
전국 대학서 3만여명 배출하지만
조리인으로 남는 인원은 극히 적어
현실속 요리사 채용, 하늘의 별따기

며칠 전 인턴십으로 일하던 학생이 급하게 면담을 요청해 왔다. 미팅을 바쁘게 끝내고 가니 벌써 그만둘 준비를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손에 자신이 입고 입던 위생복을 든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얘기하더라도 조리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 학생은 자신이 요리사로 일하기에는 지식이 너무 부족해서 학교에서 남은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갑자기 화가 났다. 담당교수까지 와서 학생을 잘 부탁한다고 했지만 그런 관계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당장 인턴십을 포기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는 도망치듯 떠나갔다. 다른 학생들도 요리하는 현장에서 일하기에 끈기도 없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도 없다고 핑계를 댔다. 하나같이 자신은 요리사로 일하는 것에 자신이 없고 지식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가끔 지인들을 통해 요리사를 급하게 구한다는 요청을 받지만 소개시킬 요리사가 없다. 아니 없다기보다는 요리사로 소개를 시켜줘서 그 매장에 민폐를 끼칠 사람이면 감히 소개를 하지 못할 것 같아 알아보겠다며 얼버무리고 만다.

현재 전국 300개 요리 관련 대학에서 한 해에 3만 명 가까운 학생들이 배출된다. 이들 중에서 전공을 포기하거나 이탈하는 학생들이 많아 정작 조리인으로 남는 인원이 얼마 되지 않는다. 요리사 품귀현상의 원인은 다른 직업에 비해 위험도도 높고 상당한 체력과 끈기가 필요하지만 일이 힘든 만큼 보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조리전공 학생들이 대기업의 하청에 들어가 주말에 쉬고 일정시간 출퇴근하는 직업을 좇아가면서 정작 생각이 있는 요리사들은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 재산을 걸고 음식점을 하겠다고 나선다. 제일 힘든 일이 그 업소에 맞는 요리사를 구하는 일이지만 요리사 없이 음식점을 하는 생계형 사업자가 많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그저 그 자리에 살아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안도하기에는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 요리사들도 신입사원만큼 절박한 마음이 없다면 감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 오늘의 별미 메뉴 - 임금님 수라상 생복 찜

◇재료: 생전복 1개, 송이 2개, 갈비찜용 고기 200g, 표고버섯 2개, 달걀 1개, 녹말 1작은술, 파뿌리 2개, 청경 채 2개, 죽순 채 50g, 간장 1큰술, 잣가루 10g, 다시마 육수 100㎖.

◇만드는 법 :

● 생 전복은 솔로 깨끗이 문질러 씻고 껍질과 내장을 제거한다.
● 갈비찜 고기는 핏물을 빼고 끓는 육수에 담근 뒤 전복과 함께 푹 삶아 건져둔다.
● 송이는 살살 문질러 씻고 반으로 쪼갠 뒤 얄팍하게 잘라 소금물에 담갔다가 건져낸다.
● 고기를 삶은 국물에 소금, 후추, 마늘, 간장과 송이를 넣고 다시 끓인다.
● 표고버섯, 죽순은 채 썰고 청경 채는 살짝 데쳐 4등분해 둔다.
●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 다음 녹말을 살짝 풀어 농도를 맞춘다.
● 그릇에 음식을 담고 마지막으로 계란 지단을 올려 마무리한다.

※ 갈비찜 양념을 하듯이 만들되 농도를 묽게 하고 양념은 심심하게 해야 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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