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아 미디어Story창 대표 아나운서& PD

얼마 전 조카의 중학교 도덕 교과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기다가 ‘세계화 시대의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는 부분에 눈길이 머물렀다. 첫째가 효 정신이다. 효 정신은 사회 속에서 어른 공경과 배려로 나타난다고 했다. 두 번째, 선비정신으로 지조와 의리로 사회 속에 직언상소, 정의와 공정성 실현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자연 사랑의 정신으로 인테리어나 자연친화적인 한옥, 정원 등으로 나타난다. 네 번째는 풍류정신이다.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사회 속에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마지막은 평화애호정신이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국난극복의 정신으로 현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 되어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국민정신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의 정체성의 힘’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미 우리가 지나온 교육 과정이지만 감동이 있었다.

근간에 울산에서 있었던 자연재해를 겪으며 우리 모두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사실이다. 지진의 진동과 태풍 차바로 인해 범람하려는 태화강, 둥둥 떠내려가는 차량을 보며 두려움과 놀란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고 슬픔에 빠졌었다. 아직도 지진과 태풍의 피해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해복구가 거의 완료돼 가고 있다. 울주군과 북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정부의 지원 속에 피해보상을 진행하게 됐고, 피해가 컸던 태화시장은 ‘다시 힘내어 보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지난 주말 일부 장을 열기도 했다.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함께 나서는 한국인 특유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혹자들은 이 일들과 며칠 전 언양고속도로 사고까지 연관지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이야 말로 자연재해나 사고 보다 더 큰 참담함을 자아내는 일이다.

오랜 만에 펼쳐본 교과서 속의 한국인은 이미 예부터 ‘함께의 가치’를 알고 행해 왔고 가르쳐 왔다. 이웃의 어려움, 나라에 닥친 국난도 그냥 바라만 보지 않았다. 그 저력이 울산의 수해현장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울산의 공무원들과 군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각 지역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현장을 찾아와 수해복구를 도왔다. 울산의 기업들과 시민단체, 봉사단체들은 휴일도 잊고 수해 복구를 돕고 있다. 적십자사와 봉사단체, 울산의 마을기업 중 한 곳은 수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으로 힘을 보태기도 했다.

산업화와 빠른 경제 성장 속에 자동화·개인화·이기주의화 되어가는 사회에 불평불만하고 어려운 현실을 비판하기 보다 이번 수해현장에서 보듯 사람의 마음을 전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같이’(with)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피해현장이 2주일여만에 안정을 되찾아가는 데는 분명 우리의 DNA에 속에 잠재해 있는 ‘함께의 가치’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함께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한국에서만 느끼는 인심과 정을 우리 품 가득 안아보고 전해보았으면 한다.

나경아 미디어Story창 대표 아나운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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