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시간 야근 원전업체 과장 자살…업무 재해 인정
덴쓰 사원 자살로 장시간근무 관행 논란…외국인 산업연수생도 과로사

일본에서 직장인이 과로 끝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간사이(關西)전력의 40대 과장이 한 달에 최대 200시간에 달하는 초과근무를 하다 올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과장은 운전 개시 40년이 넘은 다카하마(高浜)원전 1·2호기의 운전 연장을 위한 심사 준비 업무를 담당했으며 올해 1월부터 급격하게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

그는 2월에는 약 200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올해 4월 도쿄 출장 중 자살하기 전 19일 동안 약 150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고 NHK는 전했다.

사건을 심사한 쓰루가(敦賀)노동기준감독서는 이 과장의 죽음이 과로 자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숨진 과장이 관리 감독자에 해당해 노동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제한 대상이 아니지만, 사용자는 초과근무 시간이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전력업체가 노후 원전의 재가동을 위해 무리하게 일을 시켰다는 논란과 함께 해묵은 장시간근무 관행에 대한 비판을 부르고 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신입사원이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에 대해 당국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최근 내리기도 했다.

장시간근무의 폐해는 대기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 기후(岐阜)노동근로감독서는 일본의 주물공장에서 외국인 기능실습생(산업기술연수생에 해당)으로 일하다 2014년에 숨진 필리핀 국적 조이 토쿠난(사망 당시 만 27세) 씨의 사인을 과로사라고 올해 8월 판정했다.

부인과 딸을 필리핀에 두고 온 그는 한 달에 100시간 안팎의 초과근무를 하다 귀국을 불과 3개월 남겨두고 종업원 기숙사에서 심장 질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생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른바 과로 자살 사건은 미수를 포함해 작년도에 93건, 2014년도 99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당국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장시간근무 관행은 일본 기업에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이 한도를 넘은 초과근무를 근절하겠다며 작년 4∼12월 집중 단속에 나섰을 때 방문 조사 대상이 된 8천530개 사업장 중 절반이 넘는 4천790개 사업장이 불법 초과근무로 시정권고를 받았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했다.

특히 덴쓰는 2014년 6월과 작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노사 협약 한도를 넘은 초과근무를 시키지 말라며 당국의 시정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행정지도를 사실상 무시한 결과가 신입사원의 자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덴쓰의 노동 관행에 관해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시간 노동 관행 타파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9일 대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이들 9명을 총리관저로 초청해 장시간 노동 관행 등 일본 기업의 업무 방식 개혁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아베 총리는 덴쓰 신입사원의 자살을 언급하며 “슬픈 일.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관리직이 많고 조직이 복잡해 의사 결정이 지연된다’, ‘창가에서 신문이나 읽고 있는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