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한식기와 잇단 피해에도
더 싸고 튼튼한 시멘트기와는 멀쩡
시멘트기와도 지원 대상에 포함을

▲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지난달 경주 인근 약 10㎞ 지하에서 용틀임을 한 지진은 이제 우리 한반도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규모 5.8로 동해안에 위치한 여러 도시들에 심대한 피해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수백 회의 여진은 인근 주민들을 그야말로 공황상태로까지 몰아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 부처의 생각이나 언론의 태도에 있다.

지진 이후 필자에게도 각종 언론사나 신문사로부터 여러 번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는데 질문의 요지는 한결같았다. “지진에 한옥 기와지붕이 많이 손상됐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갑작스런 기와의 수급이나 와공들에 대한 인력수급의 문제는 없느냐?” 물론 필요하고, 중요한 질문이다.

필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수십, 수백 년을 버텨온 한옥 기와가 지진으로 인해 일부 파손된 것이 무슨 그리 큰일입니까? 대책을 세우면 됩니다. 그 대책은 현재 경주시가 지원하는 한옥지원 조례를 조금만 손질하면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가히 한옥의 도시라 할 수 있는 경주는 전통 가옥의 형태를 장려하기 위해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고, 그것은 기와와 담장에 한정돼 있는데 문제는 바로 이 기와 지원금이 시멘트기와는 안 되고 토기와라 불리는 한식기와로 시공했을 때만 지원된다는 사실이다. 한식기와는 흙으로 구운 기와이고 시멘트기와는 시멘트로 구운 기와이다.

한식기와는 시공 시 마사가 많이 섞인 황토에 생석회를 일부 첨가하는 ‘강회다짐’이라는 방식을 쓰는데 이는 질척하게 섞은 흙의 힘으로 기와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비해 시멘트기와는 암·수 기와가 붙어있는 일체형으로 앞뒤가 홈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하부로도 갈고리 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 지붕 가로 면에 걸어 놓은 얇은 목재에 갈고리를 거는 시공을 할 수 있다. 즉, 시멘트기와가 한식기와에 비해 훨씬 우수한 결합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시멘트기와는 시간이 지나면 칠이 벗겨져서 허옇게 지붕색이 바뀌므로 보기 싫다고. 그건 옛날 말씀이다. 요즘 시멘트기와는 반죽단계부터 아예 색소를 첨가한 후 한식기와에 못지 않는 온도에 구워내므로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색의 변화가 없다.

필자는 이러한 지진 사태가 일어나기 오래 전부터 건축주들에게 시멘트기와를 되도록 많이 쓰라고 권해왔다. 가격 싸고, 구조적으로 안정된 시멘트기와를 왜 홀대하는가? 더구나 시각적으로 일반인이 보기에 전혀 구분되지 않는 시멘트기와가 홀대받을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굳이 흙으로 구운 한식기와를 고집한다면 한식기와의 성형방법을 시멘트기와와 같은 방법으로 전면 교체하면 되지 않겠는가? 개선을 거부한 예전 방식의 한식기와만을 고집하고 그것에만 지원금을 준다면 앞으로도 지진에 따른 기와 파손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가 아니듯 올바른 개선책은 받아들이는 유연한 행정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소위 PC한옥이라 불리는 콘크리트로 지은 양옥집에 지붕만 한식기와로 시공해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유연한 행정을 펼칠 줄 알면서 안전 및 재산권과 직결된 기와자체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데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필자가 시공한 시멘트기와 지붕은 이번 지진이나 태풍에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음도 밝혀둔다.

언론이나 정부의 호들갑은 이러한 한식기와 지붕의 파손을 빌미삼아 마치 한옥이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대방송을 일삼고 있다. 진실은 비록 기와의 일부가 파손되었지만 한옥은 지진에 오히려 가장 강한 구조적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 이유는 한옥은 주춧돌 위에 기둥을 비롯한 부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뜬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초라 할 수 있는 주춧돌과 상부의 이러한 구조는 지진 같은 흔들림에 상하좌우가 약간 흔들릴 뿐, 유연하게 전체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되어 콘크리트나 철골구조에 비해 훨씬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진으로 모두가 불안하겠지만 한옥이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는 양옥보다 더 강하다. 언론과 정부는 이러한 진실을 올바르게 전달함으로써 무엇보다도 국가의 존재가치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 보호에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간곡히 바란다.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