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지역서 잇따르고 있는 사고들
대형사고에 앞서 일어나는 징후 잘 살펴
엄청난 참사 대비하라는 경고는 아닌지

▲ 정일근 시인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언론출판원장

필자의 사회부 기자 시절, 대한민국은 가히 ‘사건사고의 공화국’이었습니다. 부산 구포역 열차사고(1993년 3월 28일), 성수대교붕괴사건(1994년 10월 21일),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사고(1995년 4월 28일),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6월 29일) 등의 대형 참사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사람 사는 사회에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선배 기자들에게 배웠습니다. 그건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법칙을 밝힌 사람은 1920년대 미국의 보험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이었습니다. 당시 하인리히는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의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하인리히는 수많은 산업재해를 분석하다가 ‘의미 있는 통계학적인 규칙’을 찾아냅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1명 나올 때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이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위기를 겪은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통계학적인 규칙을 바탕으로 하인리히는 1931년에 발간한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란 책에서 ‘1:29:300 법칙’으로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을 소개합니다. 즉,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한 건의 큰 사고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와 300건의 잠재적 징후들이 선행한다는 경험적인 보고였습니다.

저는 요즘 울산에서 일어나는, 울산발(發)로 타전되는 뉴스들을 접하면서 우리 도시가 ‘1:29:300’ 법칙의 ‘1’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올해 들어서 울산에서 타전된 뉴스는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많은 국민이 ‘울산이 왜 이래?’라는 불안한 시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석유화학업체의 부진, 올해 초 조선경기 부진에 따른 현대중공업 추락에 최근 현대자동차 파업이라는 경제적 악재로 울산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화려했던 울산이라는 네임 밸류는 사상누각이 될까 두렵기만 합니다.

지난달 12일 울산 울주와 바로 경계한 경주 내남에서 규모 5.8의 역대 최대 강진이 발생해 울산 시민에게 공포와 불안이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울산에서 지진은 더 이상 이웃 나라 일본의 일이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470여회의 여진으로 울산의 가치를 만드는 삶의 질과 정주의식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태풍 ‘차바’는 울산을 물바다로 만들며 수해의연금이 답지하고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찾아오는 ‘특별재난도시’로 만들었습니다. 고려아연 배관 작업 사고, 석유공사 폭발사고에 이어 지난 13일에는 경부고속도로 언양 구간에서 관광버스 화재가 발생해 시민 10명이 숨지는 초대형 참사가 이어졌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사건사고 찾아올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하인리히 법칙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경고인 동시에 대비책을 강구하라는 ‘시그널’입니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징후에 안일하게 대처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또 다른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가, 행정이, 시민 스스로가 자각할 때입니다.

정일근 시인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언론출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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