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법적조치 언급
野 게이트 비화 움직임에
국민반감 묵과 어렵다 판단
무대응서 정면돌파 전환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점입가경으로 부풀어 오르는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두 재단 의혹에 최씨가 관여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 달 20일 처음 나온 지 꼭 한 달 만이다. 야당이 최씨를 ‘비선실세’로 규정하고 이번 의혹을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비화시키려 하자, 기존의 무대응 전략에서 정면돌파로 방향을 튼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씨가 K스포츠재단을 이용해 딸의 독일 승마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봐주지 말고 엄정히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또 “두 재단이 시작할 때 미비했던 부분들을 다듬고 숙고해문화와 어려운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으로 거듭나서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엄정한 법적 조치를 강조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청와대가 ‘제기된 주장에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최씨와 이들 재단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와 학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이들 모녀의 막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민 정서를 건드린 게 결정적 계기 중 하나였다. 그 결과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10월 3주차 주중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4.2%포인트 급락한 27.2%로 이 조사기관 조사로는 역대 최저치다.

여기에 ‘최씨가 박 대통령 연설을 수정하기 좋아했다’, ‘K스포츠재단 임직원 채용 때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했다’는 등의 언론 보도들로 이번 의혹과 청와대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서 더는 사태를 묵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정씨의 승마훈련에 K스포츠재단 재단 자금이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구체적 비리정황이 없다’는 논리로 무대응 기조를 이어가기에는 한계에 봉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참모진과의 논의를 거쳐 의혹을 털어내고 사태를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 관련 의혹들이 실제로 박 대통령 본인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라기보다는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적인 이익을 챙긴 개인비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드러내는 게 정공법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두수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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