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에 사는 직장인 안형진씨(41세)는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금리가 더는 떨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대출을 최대한 받아 집을 사기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살 집을 알아보면서 틈틈이 은행에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 살 집을 정하고 은행에 찾아가 대출 상담을 받던 중 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7월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8% 수준이었는데 3개월 만에 연 3.1%로 0.3%포인트나 올랐기 때문이다.

알고 봤더니 3개월 사이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소폭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임의로 더하는 가산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뛴 것이다.

안씨는 “20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2억원을 빌리려 하는데 0.3%포인트면 월 3만원, 연 36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금리가 떨어지는데 왜 대출금리는 오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좀 더 저렴한 대출을 기대했던 서민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이자 내느라 등이 휘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남몰래 웃음을 짓고 있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예대마진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셋값 상승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사려는 서민들과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려는 정책 당국 사이에서 은행들만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는 가계대출 증가에 힘입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3분기에만 2조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작년 동기보다 24.9%(4천148억원)나 순이익이 늘었다.

신한지주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3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KB금융과 우리은행은 작년 전체 벌어들인 순이익을 3분 기만에 대부분 거둬들였다. KEB하나은행도 4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포트폴리오 개선 등 은행권의 노력도 잇따랐지만, 수익상승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에 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조금씩 올리면서 이자이익을 챙겼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작년 동기보다 7.0%, 우리은행도 6.5% 이자이익이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떨어뜨렸지만, 은행들의 금리는 역주행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최저 금리를 기준으로 6월 말 연 2.69%에서 8월 말 2.74%로 뛰었다.

다른 은행도 비슷하다. KEB하나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도 같은 기간 연 2.64%에서 2.73%로, 신한은행은 연 2.69%에서 2.80%로, 우리은행도 연 2.70%에서 3.05%로 올랐다. 코픽스를 연동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도 올랐다.

그러나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출과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 탓에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은행의 꼼수를 조장하거나 적어도 묵인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니까 우리도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담보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단체에서는 당국과 은행의 ‘짬짜미’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이 기업에 부실 대출로 생긴 손실을 개인에 대한 불합리한 금리나 수수료 적용을 통해 수익을 보충해 왔다”며 “금융 당국은 은행들이 금리나 수수료 구조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영업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