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찾지 못한 자금…가계의 은행예금 증가세는 주춤

저금리 장기화에도 기업 자금이 은행에 꾸준히 몰리고 있다.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말 현재 은행의 예금 잔액 1천207조7천393억원 가운데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이 맡긴 돈은 357조2천485억원이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8개월 사이 9조1천931억원(2.6%) 늘었다.

기업의 은행예금은 작년 한 해 26조7천894억원 늘면서 연간 증가액이 2011년(28조1천505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에 계속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 심화와 중국의 성장세 둔화, 기업 구조조정 등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에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가 작년보다 3.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투자의 위축은 현금, 예금 등 유동성이 큰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흐름과 연결된다.

지난 8월 말 시중통화량(M2) 2천380조8천620억원(원계열 기준)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630조7천30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0조549억원(6.8%) 급증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된다.

올해 1∼8월 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액은 가계보다 7천941억원 많다.

가계의 은행예금도 늘었지만,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잔액이 567조5천98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8조3천990억원(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7월부터 두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증가액이 작년(28조6천598억원)의 절반을 밑돌 공산이 커 보인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떨어지면서 가계가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제2금융권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8월 말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신 잔액은 2천111조1천75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00조6천99억원(10.5%)이나 불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금 이자가 은행보다 높은 제2금융권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기업보다 가계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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