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호 극작가

서기 692년에 효소왕이 즉위하여 망덕사를 세웠겠다. 755년 경덕왕 때 이 탑이 흔들리더니 안사의 난이 일어났지. 신라 사람들이 말했어. 당나라 황실을 위해 절을 세웠으니 마땅히 그 영험이 있을 것이다.

효소왕 8년에 망덕사에서 낙성회를 열고 친히 공양하는데, 한 비구가 거지 차림을 하고 몸을 움츠린 채 뜰에 서서 청했지. 이 부덕한 중한테도 한자리 끼워주십시오. 왕이 허락하여 맨 끝자리에 앉게 했겠다. 공양이 끝나자 왕이 말했어. 그댄 어디에 사는가. 비구가 대답했어. 비파암에 삽니다. 왕이 말했어. 돌아가거든 다른 사람한테 국왕이 친히 불공하는 재에 참석했다고 말하지 말게나. 비구는 웃으면서 대답했어. 대왕께서도 역시 다른 사람에게 진신석가를 공양했다 말하지 마십시오. 말을 마치자 하늘로 몸을 솟구쳐 남쪽으로 갔지. 왕이 놀랍고 부끄러워 동쪽 언덕에 올라가 그가 간 곳으로 절을 했어. 그리고 사람을 시켜 찾게 하니 비구는 남산 삼성곡이라는 바위에 이르러 지팡이와 바리때를 놓고 숨어 버리거든. 사자가 다녀와서 아뢰자 왕은 석가사를 비파암 밑에 세우고, 또 그 자취가 없어진 곳에 불무사(佛無寺)를 세워 지팡이와 바리때를 두 곳에 나누어 두었대나.

옛날에 삼장법사가 일왕사에 가니 큰 잔치가 열리고 있었지. 문지기가 그의 누더기 차림을 보고는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 몇 번이고 들어가려 했지만 옷이 추하다 해서 들어가지 못한 게야. 그가 방편을 써서 좋은 옷을 빌려 입고 가니 문지기가 들어가게 하거든. 이렇게 그 자리에서 좋은 음식을 얻어 옷에게 먼저 주니 사람들이 물었어. 어찌해서 그렇게 하는가. 그가 대답했어. 내가 여러 번 왔지만 그때마다 못 들어왔는데 옷 때문에 이 자리에 와서 좋은 음식을 얻어먹었으니 마땅히 옷에게 음식을 올려야지.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더니, 주나라 측천무후 여제에게 인정받고 거만해진 효소왕은 눈앞의 부처를 보지 못한 게야. 잘나갈 때 겸손해야지 완장차고 으스대다간 결국 망신살이 뻗치고,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다가는 결정적일 때 일을 그르친다는 얘기겠지.

장창호 극작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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