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시설을 한사코 마다하는 어머니
요양기관 부실운영과 인식의 개선 위해
제도적 역기능은 없는지 국가가 살펴야

▲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마케팅처장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에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던 노인의료복지시설이 요즘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국가전문자격증 소지자를 의무채용하는 등 전문화, 다양화된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주야간보호센터 운영과 더불어 환자의 집으로 직접 방문하여 요양 및 간호, 신체수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재가서비스제도도 점진적으로 정착 단계에 있다하니 가족분화 현상과 노인봉양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제도라 하겠다.

한편으로는 정책과 제도의 방향이 제대로 잡혔다 할지라도 제도적 순기능만 볼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역기능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사회적 공감도 및 효율성에 대한 검증과 함께 요양시설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과 운영의 건전성 그리고 요양서비스의 전문성을 평가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의 재정지원 여건이 당장에 넉넉해질 수는 없겠지만 요양기관이나 관련 단체 등에서는 요즘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는 요양병원의 부실운영과 부정적인 인식의 해소를 위해서는 간병비의 급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이다. 저수가와 간병비 부담으로 인하여 ‘간병비 할인경쟁’과 지나친 ‘다인실 운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결국은 의료·요양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재정난으로 유자격 간병인 확보에도 애로를 겪는 실정이라 한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환자의 강제 신체구속 및 가혹행위 등의 문제도 요양병원의 이용을 꺼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홀로 시골집을 지키는 우리 어머니는 올해 여든 다섯으로 거동이 많이 불편하고 자주 병원에 입원하곤 한다. 그런 어머니를 찾아오는 요양보호사가 있는데 가끔은 음료나 반찬도 가져와서 말벗이 되어 주며 ‘등급을 받아서 군에서 주는 혜택 받으라’고 권유를 하기도 하는데 어머니는 전혀 생각이 없는 듯하다. “내사 마, 자식이 넷이나 되고, 부산에 사는 니 동생이 2~3일 마다 와서 집안 일 다 해 주제, 큰 놈이 못 오면 셋째가 출장길에 들리고, 막내도 조무래기들 데리고 내려 오제, 그래서 괜찮다.” “빈 집에 남의 발길 들이면서 반찬 얻어먹는 것도 그렇고, 그냥 뜰 안에서 나물 뜯어다가 혼자라도 내 입에 맞도록 해 먹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아니가….” “건강보험이 되니 ‘그냥 받으면 된다’라고 하는데 윗동네 누구네 집 봐라, 자식들이 한 달에 두 번 오다가 한번 오더니 이제는 요양보호사한테 맡겨두고 두, 세 달에 한번 오는 둥 마는 둥이란다.”

시골 본가에서 가까운 곳에 노인요양시설이 두어군데 있는데 동년배 노인들이 많아 서로 의지가 되고 시설이나 서비스도 많이 달라졌다는 풍문이다. 그러나 어머니 견해는 사뭇 다르다. “의사가 있다지만 병원보다 나을까, 사실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정신이 옳지 않으면 종일 묶어놓는다는 말도 있고, 누구 네는 아무리 물어도 말도 제대로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것을 자식들이 보고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다시 모시고 나왔단다.”

며칠 전 친구 아버님의 부음을 듣고 조문을 다녀오는 차 속에서 지난 추석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노인요양보호론’이 귓가에 맴돌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가슴 아픈 속담을 떠올리며 노인요양보호에 대한 자식의 도리와 함께 국가와 사회적 책무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마케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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