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역현안들 여론화에 총력...시민의 목소리 역할 충실히 해내
잇단 특종사진은 전국적 반향도

▲ 울산시 태화강둔치에서 열린 개정노동법 반대집회를 마친 현총련 소속 근로자들의 가두진출을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자 현대자동차 근로자 정재성씨가 이에 맞서 분신을 시도,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김경우기자/1997년 1월10일자/불타는 투쟁/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보도사진전 가작 수상

2016년 10월24일은 경상일보가 지령 8000호 신문을 발행하는 날이다.

1989년 5월15일 8면짜리 창간호를 낸 이후 빠짐없이 독자들을 만났다. 지난 27년5개월 동안 울산의 고민을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

◇광역시 승격 보도로 지역여론 결집

울산의 광역시(직할시) 승격은 경상일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

1989년 5월15일 창간을 계기로 본보는 경남 울산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할시(당시 명칭) 승격 당위성과 필요성을 지면으로 대변했다. 교육·체육 인프라 미흡, 세수 대비 지역예산 부족, 원거리 행정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손실, 산업계 애로 및 피해 등 단발성, 기획물을 막론하고 모든 기사들이 직할시 승격 기반조성 작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1994년 직할시 승격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경남과 일부 정치권 등의 반대로 1995년 1월1일자로 울산시와 울주군이 도·농통합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본보는 울산시민의 염원을 확대 재생산했고, 1997년 7월15일자로 광역시 승격이 확정됐다.

본보는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이유로 신문협회 등에서 수차례 경고를 받았다. 광역시 승격을 계기로 경남도내 20여개 시·군이 공고와 지역광고 등을 중단해 커다란 손실을 입기도 했다.

1997년 1월9일부터 1998년 8월까지 100회에 걸쳐 통판으로 연재한 ‘비화 울산광역시’ 시리즈는 시민들의 땀과 노력, 투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중국 국제항공공사 소속 민항기가 김해공항 인근 야산에 추락해 탑승자 166명 중 127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현장에 투입된 군, 경 병력들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휴지조각처럼 변한 항공기 잔해를 들어올리고 있다.

김동수기자/2002년 4월15일자/중국민항기 추락사고/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

◇KTX 울산역 유치 시민단체와 공동전선

KTX 울산역 유치에서도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0년 11월 KTX 울산역이 개통돼 울산도 어엿한 고속철 도시가 됐지만 험로가 많았다. 정부가 투자비용 등 초기 예산절감을 내세워 서울~대구 구간만 신설하고 대구~부산 구간은 기존 경부선을 전철화해 사용키로 해 울산은 1단계 개통에서 빠졌다.

본보는 최대 물동량을 생산하는 산업도시이자 광역시로 승격한 울산에 고속철 역사를 유치하는 것을 당연시 했고, 이를 공감한 시민단체들과 행동을 같이 했다.

2003년 9월24일 노무현 대통령은 울산·부산·경남 8개 언론사 국장단 청와대 합동인터뷰에서 확정적 발언을 했다. 울산지역 신문, 방송을 통틀어 유일하게 참석한 본보 편집국장이 고속철 울산역 설치 해법을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그해 11월14일 정부의 KTX 울산역 신설 공식발표가 뒤따랐다.

▲ 1994년, 건군이래 처음으로 중무장을 한 채 탈영한 장교 김특중(오른쪽), 조한섭 소위가 양산시 원동 태봉마을 뒷산에서 군수색대에 의해 잡혀나오고 있다.

◇울산국립대 이전 대신 신설 제시

울산국립대(현 울산과학기술원) 유치에도 본보는 다양한 기획기사 등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997년 광역시 승격으로 종합대 유치 또는 설립에 대한 시민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 본보는 사립대는 물론 국립대의 설립과 유치 양면으로 대학을 더 가져야 한다며 열망을 높이고 기획물 등을 통해 이를 확산시켰다.

특히 국립대 이전을 통한 유치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설이라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울산시 정책이 신설로 가닥을 잡게 됐다.

2005년 9월16일 울산시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울산국립대 신설을 위한 양해각서에 합의, 신설로 확정했다. 울산시민들의 또 하나의 염원이 해결된 것이다.

▲ 울산시 문화재자료 제1호인 이휴정 화재현장에서 지붕위에 올라가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이 지붕이 무너지면서 추락하고 있다.

김동수기자/2003년 9월25일자/추락하는 소방관/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

◇태화강 십리대숲 존치 여론형성 주도

전국적인 도심속 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한 태화강 십리대숲을 지켜낸 것은 시민들과 경상일보가 일궈낸 큰 보람이다.

십리대숲은 1989년 건설교통부의 태화강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 당시 홍수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본보는 ‘태화강 살리기 운동’ 기획시리즈 등을 통해 대숲 존치 당위성을 알리는 한편 대숲존치 운동을 펴는 환경단체 활동을 소상히 보도하는 등 여론형성을 주도했다. 건설교통부는 1995년 마침내 대숲 존치 결정을 내렸다.

◇울산신항 개발-UPA 조기설립 제기

울산신항 개발과 울산항만공사(UPA) 조기 설립 필요성도 제기했다.

울산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끊임없는 기사 발굴로 항만을 시민의 곁으로 끌어내는데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왔다.

특히 울산항에 상업항 기능을 한층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되던 울산신항 민자(1-1단계)사업 착수시기에 맞춰 2004년 당시 중국의 3대항만이자 경제중심인 중국 청도 탐방을 통해 신항 개발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독자들에게 알렸다.

본보는 또 울산항만공사의 조기 설립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하는 등 항만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와 해양 관련 다양한 기획물로 울산항이 수출입 화물의 전진기지로 온전히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향토 역사·문화 바로 세우기 자임

창간 이후 산업화·도시화로 사라지고 잊혀진 향토 역사와 문화를 바로 찾고 바로 세우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해 왔다.

태화강 100리에 얽힌 이야기를 기자들이 현장을 누비며 쓴 ‘태화강 백리’(1991년 1월~1992년 8월, 81회),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속에 달라진 울산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신 태화강 백리’(2002년 1~11월, 34회)로 기록했다.

특히 울산이 보유한 세계적인 문화유산 반구대암각화가 경남도문화재로 방치돼 학술기관들의 무분별한 탁본과 복재로 훼손되는 현장을 계속 고발하며 자성을 촉구했고, 그 결과는 1995년 6월 반구대암각화의 국보(제285호) 승격으로 이어졌다.

◇복지문제에 ‘나눔’ 선진개념 도입

본보는 복지문제에 ‘나눔’이라는 선진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울산에 복지 확산의 밑거름을 제공했다.

2004년 5월15일 창간 15주년 기념 ‘더불어 사는 울산이 아름답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사회복지 연중캠페인 ‘나눔울산’은 사회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 지역사회에 복지공동체 만들기 운동을 확산시켰다.

울산지역에서 복지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과제가 끊임없이 도출됐으며, 그 결과 이전에는 단지 ‘이웃돕기’ 수준에 머물던 복지개념에 지금과 같은 새로운 복지의 지평이 열리기 시작했다.

경상일보는 지령 8000호를 맞아 오로지 정론직필의 한길을 향해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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