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급진 정당인 해적당(Pirate Party)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아이슬란드 조기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이캬비크대학 정치학과가 지난 14∼19일 아이슬란드 성인 2천300명을 여론 조사한 결과 해적당은 총선에서 정당 중 가장 높은 22.6%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현 집권당인 중도우파 독립당은 해적당보다 1.5%포인트 낮은 21.1%의 예상 지지율을 기록했다.

다만 해적당과 독립당 모두 아이슬란드 의회에서 전체 의석(63석)의 절대 과반인 32석 확보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해적당과 독립당에 이어 좌파 정당 좌파녹색운동이 지지율 18.9%, 독립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한 진보당이 지지율 9%를 각각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해적당은 정부 투명성, 표현의 자유, 직접 민주주의, 제도 개혁, 부패 척결 등을 내세우는 급진 정당이다. 스웨덴과 독일 등지에서 한때 이름을 알렸고 2011년에는 베를린 시의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012년 창당된 후 이듬해 의회 의석 3석을 확보하며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4월 사상 최대규모 탈세 의혹 문건인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로 아이슬란드 여러 고위 정치인의 조세 회피 사실이 드러난 지난 4월에는 해적당 지지율이 43%까지 치솟았다.

당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역외기업을 세우고 아이슬란드에는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는 사퇴하고 조기 총선을 약속했다.

해적당은 당 정책을 온라인 여론조사로 결정하며, 정부 역시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무차별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아이슬란드 망명을 받아들이자고도 제안했다.

해적당이 이번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승리하면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집권 여당이 된다.

지구 상 가장 평화롭고 부유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슬란드에서 해적당이 선전하는 것은 오랫동안 쌓인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데다가, 최근 유럽을 휩쓴 극좌·극우 바람의 영향도 받아서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WP는 “바이킹의 땅인 아이슬란드에서 해적당이 곧 왕이 되려고 한다”고 표현하며 “해적당의 승리는 유럽인들이 얼마나 기성 주류 정치를 거부하는지를 뚜렷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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