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만에 t당 5만원 인상 합의…수주 가뭄에 노사갈등 ‘삼중고’

극심한 수주가뭄 속에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노사갈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선업계가 이번에는 철강업계의 후판값 인상으로 삼중고에 처하게 됐다.

조선·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의 올 하반기 납품가를 t당 약 10% 인상하는 데 전격 합의했지만 양측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그간 가파른 원재료가 상승을 감안하면 후판값 10% 인상은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무덤덤한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후판 공급사들은 올 하반기 후판가격을 t당 5만원 가량 인상하는데 최근 합의했다.

후판 공급 가격은 최근 3년여간 t당 50만원 초반대를 형성해 왔다. 철강사들이 급속도로 악화된 조선업계의 형편을 배려해온 영향인데 이번 협상을 통해 약 10% 가량 인상이 이뤄진 셈이다.

조선·철강업계는 보통 1년에 2차례 후판값 협상을 가져왔다. 올 하반기 협상의 경우는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5개월 넘게 진행됐다.

실제로 양측 모두 후판값 변화에 크게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조선사의 경우 선박 건조 대금 가운데 후판 구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0% 정도이고 철강사 또한 후판 판매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20% 수준이다.

조선업계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호소하면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고 철강업계는 더 이상 가격 인상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40.6달러에서 최근 57.09달러까지 약 42% 가량 올랐다.

원료탄 가격의 경우는 지난 7월 t당 90달러대 후반에서 최근 200달러 넘게까지 120% 이상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철강사들도 열연, 냉연 등 제품의 가격을 연초부터 현재까지 t당 15만~20만원 가량 올린 상태다.

후판 공급가격은 조선업계는 물론 철강업계의 영업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그만큼 후판값 변화에 양측이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그간 조선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배려해온 점을 인정하지만 최근 극한의 비용절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후판값 인상은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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