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정치경제팀

“향토 장수기업이요? 글쎄요. 일부 대기업 외에는 울산에는 장수기업으로 꼽을만한 곳이 마땅히 없네요.”

얼마전 울산지역의 향토 장수기업 현황파악을 위해 울산상공회의소와 울산시 등에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모두 ‘글쎄요’였다. 실제 울산지역에는 울산에서 창업(설립)해 수십년을 이어온 장수기업을 찾기 힘들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했을 경우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를 자부하는 도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울산을 대표할 만한 향토 장수기업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지역의 중견 향토기업들도 최근 수 년새 줄줄이 쓰러지거나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비롯해 삼창기업(현 포뉴텍), 신한기계(현 신한중공업), 대경테크노스(현 GS엔텍) 등 80~90년대 울산 고도성장과 경제발전의 일익을 담당했던 울산의 향토기업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과 업황 불황 등으로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이제는 지역의 향토기업은 눈씻고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 감사보고서 제출 2만2673개사를 대상으로 창업연도를 조사한 결과 본사 주소지별로 기업의 역사는 울산이 평균 15.7년으로 전국에서 제주(12.1년), 광주(14.6년) 등에 이어 4번째로 짧았다. 1위 인천(19.7년)과 비교하면 4년이나 짧은 셈이다.

마산의 몽고식품(105년), 대구의 대구백화점(72년), 부산의 삼진어묵(63년) 등 50년에서 100년 이상된 지역의 향토 장수기업들은 이제는 단순한 기업을 벗어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및 산업유산이 되고 있다. 삼진어묵의 경우 수십년 된 어묵공장을 박물관처럼 꾸며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오픈하고 어묵을 재료로 다양한 먹거리를 개발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또 경북지역의 (주)노당기와와 오운여상, 풍국정미소, 성광성냥, 상주주조 등 8곳은 산업유산으로 지정돼 지역의 문화관광자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오래전부터 향토 뿌리기업이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100년 장수기업으로 육성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울산도 시와 상의 등 유관기관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100년 장수기업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차형석 정치경제팀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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