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재난에 삶터 유린당한 수재민들
전국적 도움손길에 제모습 찾아가는중
정확한 원인 찾아내 재발 않도록 노력

▲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한지 20일이 지났습니다. 피해복구가 많이 진행됐으나 여전히 가슴이 아픕니다.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피해자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지난 20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같이 피해현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피해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상인들이 오히려 저를 격려해주지만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죄송스럽습니다.

태풍 차바는 우리에게 너무나 갑작스럽고 큰 재난이었습니다. 시간당 130㎜ 이상, 누적 강수량 380㎜ 이상의, 말 그대로 ‘물폭탄’이었습니다. 1946년 울산지역의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비였고, 태화강하천정비기본계획상 200년 계획빈도 89㎜를 2배 정도 상회하는 양이었습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500년 이상 빈도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중구에서는 태화강이 범람하고, 저지대인 태화종합시장과 우정시장, 새치 등지가 침수됐습니다. 특히 전국의 언론이 집중 조명했던 태화종합시장의 경우 음력 9월9일 중앙절(양력 10월9일·제삿날이 명확하지 않은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날)을 앞둔 5일 장날이었기에 제수 음식 등의 판매에 나섰던 영세상인들로 인해 그 피해가 더 컸습니다. 21일 기준으로 중구지역 내 국고지원 대상 시설의 피해액이 40여억원인데 반해 국고지원이 되지 않는 상가 등의 피해액이 그 10배가 넘는 559억7000여만원에 이른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밖에도 주차장 내 차량을 가지러 갔던 한 분이 숨졌고, 426가구 93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전국에서 1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발걸음이 이어졌고, 후원의 손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7000여명의 군인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구슬땀을 흘렸고, 1000여명에 이르는 공무원들도 불철주야 현장에서 복구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이로 인해 태화·우정시장 등 생업과 관련된 상가와 주택 등은 대부분 응급 복구를 마쳤고, 지난 20일 태화종합시장이 피해 이후 첫 5일장을 여는 등 서서히 제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태화강과 동천 등 강변과 성안·다운지역의 농경지, 임야와 도로에 대한 복구에 총력을 쏟을 계획입니다.

중구는 그 어느 지역보다 피해가 컸지만 특별재난지구로 선정되지 않아 많은 수재민들이 실의에 빠졌습니다. 피해 상인들은 “왜 농민은 지원이 되는데 도시의 영세상인은 지원하지 않느냐”며 울분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관련법상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할 때마다 너무나 죄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지역의 국회의원과 시장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그에 준하는 지원을 받기로 잠정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까지 중구는 피해주민들에게 재해구호금 100만원씩을 지원했습니다. 전국에서 답지하고 있는 재해위문금은 피해 가정과 주민들에게 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난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예방 대책 마련에도 힘쓰겠습니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한다지만 필요하다면 별도의 예산을 투입해 전문가들에 의뢰할 방침입니다. 항구 대책으로 태화동과 우정동에 저류조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또 태화강의 경우 비가 많이 쏟아져 대암·사연댐이 월류되면 급격히 수위가 높아지는데, 태화종합시장과 우정시장 일원이 그 수위보다 낮아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강제배수가 가능한 배수장의 건설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 475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습니다. 이외에도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과 진입로 조성 등 그간 예산 부족으로 못했던 숙원사업들도 해결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번 위기를 재해 대비 도시기반시설 조성의 기회로 삼아 안전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규모 정부 예산 등이 필요한 일인 만큼 넘어야할 과제들이 많지만 주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거듭 이번 태풍에 피해를 입은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피해복구에 동참해주신 전국의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군인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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