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선업계 최고 엔지니어 꿈꾸는 당찬 20대­현대重 선장설계부 김지윤 대리

▲ 조선업계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입사 5년차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선장설계부 김지윤 대리.

조선업계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당찬 꿈을 품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난 2012년. 당시 나이는 24세. 조선사업본부 선장설계부 김지윤 대리는 그렇게 조선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친구나 동기들이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커리어우먼의 모습으로 다닐 때 자신은 작업복·안전화에 안전벨트를 매야했고, 현장에서 간혹 넘어져 손에서 피가 날 때도 있었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의 거친 언사로 힘들었지만
4년간 지식·노하우 쌓으며 극복
“지금의 위기, 미래 경쟁력 될 것”

하지만 난관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매일 현장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40~50대의 소위 거친 아저씨들은 그녀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던 때도 셀 수 없었다.

“‘니가 뭘 안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냐’ ‘설계부터 잘못됐지 않느냐’ ‘너 때문에 공정이 딜레이됐는데 어떻게 할거냐’ 등등 현장에만 내려가면 언성부터 높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잘잘못을 떠나 화부터 내시는데 무섭기만 했고, 어떻게 해야할 지 정말 모르겠더라구요.”

속상했지만 어려서, 여자라서, 아직 경력이 없어서, 제대로 몰라서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려졌다. 경력과 지식이 쌓이고 현장 아저씨들을 대하는 노하우를 어느정도 터득하니 그분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

“알아야 싸울 수 있고, 큰 소리도 낼 수 있다는걸 현장 아저씨들에게 배웠어요. 안전관련 규정이나 각종 선박에 적용되는 국제 법규, 선급에 맞는 기준 등 시간날 때마다 공부했어요.”

그녀는 고등학교 때부터 조선업종에 몸담길 희망했다. “여자가 무슨 조선업이냐”는 소리를 들었을 법도 하지만 그녀가 대학에 진학한 2007년에만 하더라도 조선업이 호황이었고, 대학 졸업반이었던 2011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울산에서 나고자란 탓에 그녀의 부모님도 조선관련 학과로 진학하는데 반대하지 않았다.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일이 너무 많아서 육체적으로 엄청 힘들었어요. 그만큼 전망이 밝기도 했죠. 하지만 조선업종이 조금씩 위기에 처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했어요. 끝까지 살아남아 목표를 이루자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죠.”

TV에서 국내 조선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뉴스가 흘러나올 때마다 그녀 역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다른 길로 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그녀는 “초심을 잃지말자”며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그리고 자신처럼 공부하는 동료, 선·후배들이 있기에 현대중공업이 처한 지금의 경영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작은 풍파’라고 생각했다.

“선주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지금은 시황이 좋지 않을 뿐이지 시간만 조금 지난다면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이나 조직 자체가 유연하지 않은 일본에 비해 한국, 나아가 현대중공업이라면 충분히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해요. 처음에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이제는 지금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설 회사를 생각한답니다.”

김 대리가 일적으로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2~3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끝내고 선박이 인도될 때라고 한다. 수십년 뒤 정년이 되어 회사를 떠나야 할 때도 이런 기분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녀.

“선주들이 보통 누구랑 일하고 싶다고 지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같은 부서 하점수 부장은 선주들에게 지명되는 분이세요. 신입사원이었던 제게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주신 분이자 저의 롤모델이기도 하죠. 기술력에 협상 능력까지 뛰어난 하 부장 같은 전체 프로세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최고 전문가이자 융합인재가 되는게 꿈이예요.”

지금의 위기가 나중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거친 40~50대 아저씨들과 소통하러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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