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미 행보를 보여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5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2일 일본 언론과 한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미국에 모욕당했다”라며 14년 전 일을 상기했다.

기자회견에서 “당신의 미국에 대한 태도가 ’메이린 사건‘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중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02년 남부 민다나오 섬 다바오 시장으로 일할 때 발생한 호텔 폭발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시 양쪽 다리를 다친 미국 남성 메이린의 객실에서 폭발물이 발견돼 조사하려 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 배지를 단 인물이 나타나 “마닐라에 있는 병원으로 옮긴다”고 말한 뒤 통보도 없이 해외로 출국시켜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은 자신의 주권이 침해되면 전쟁까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사과 하나도 없다”며 미국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대해 인권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9월 라오스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인권문제를 얘기하겠다”며 미국의 식민지배 시절(1898∼1946년)에 살해된 필리핀인 사진을 들어 보인 적이 있다.

또한, 지난주 중국 방문 기간에는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미국과의 경제·군사적 ‘결별’을 거론했다.

이에 미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 발언 파장이 커지자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러셀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기도 했다.

아사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베트남 반전 운동이 한창일 때 학생 시절을 보냈고 대학 때는 필리핀 공산당 창시자인 호세 마리아 시손을 사사했다고 소개했다.

안보 분석가인 리처드 헤이다리안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제국주의자가 쓴 책을 많이 읽었다고 들었다”며 “반미, 반제국주의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신문에 말했다.

아사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미 발언을 반복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그가 학생 시절 익힌 사상과 14년 전에 일어난 호텔 폭발사건이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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