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정 남창중학교 교사

‘턱 끝까지 차올랐던 그 말을 내일 꼭 하겠어. 너 예쁘다.’ 세븐틴의 노랫말과 함께 운동장은 형형색색의 응원수술을 든 아이들로 북적인다. 반별로 ‘하나! 둘!’ 구호를 외치며 동그라미가 되었다가 V자가 되었다가 어느새 11자 대형으로 바뀌었다. 모두들 이번주 금요일에 있을 체육대회 치어리딩 준비에 한창이다.

평소에는 집에 꿀단지라도 있는지 빨리 마쳐달라고 난리더니 이제는 해 진다고 집에 가라고 해도 안 간다고 난리다. 교실에서는 축제 준비를 한다고 부스별 홍보 포스터를 꾸미고 재료를 준비하고 벌써부터 손님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린다. 서로서로 자기들 부스에 꼭 오라고 새끼손가락까지 건다. 수업시간에는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들이 입가에 가득하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보다.

바람도 선선하고 하늘도 높은 것이 왠지 마음을 들뜨게 하는 가을 날씨에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축제와 체육대회까지 더해졌으니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구름 위를 날고 있을까. 이번 축제와 체육대회는 단순히 돌샘축제, 돌샘체육대회가 아니다. ‘돌샘 3有(소통·참여·성장)와 함께하는 꿈·끼·행복 Festival’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저마다의 꿈과 끼를 발산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교실을 개방하여 특색 있는 부스를 운영하고 합창대회, 치어리딩, 학년별 슛돌이 등 마음을 맞추어 함께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심지어 교사가 중심이었던 축제 포스터 제작이나 홍보 동영상도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도록 했다.

한창 진행 중인 축구, 족구, 피구 반별 예선은 올림픽 결승전보다 더 치열하다. 이긴 반은 남창 들녘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른다. 진 반은 울고불고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이 아이들을 달래서 오후 수업을 하려면 한참 애를 먹기도 한다. 이렇게 순수하게 일희일비하는 시기가 또 있을까. 어른들의 눈에는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 눈에는 세상의 전부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우리 반의 일은 곧 본인의 일이다.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쁘고, 세상을 다 잃은 듯 애달프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아직 벗지 못해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마음만 바쁜 1학년, 한 번의 경험이 무섭다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2학년, 중학교 시절의 마지막 축제와 체육대회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불사를 듯한 열정을 보이는 3학년. 순수하게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런 마음과 행동을 보이는 이 청소년 시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낀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내용을 만들고, 진행하고, 참여하고,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이같은 축제와 체육대회는 우리 아이들을 부쩍 성장하게 만든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을 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장소정 남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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