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고가의 미술품 소지가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상징하는 세태에 위작 논란이 끊임없이 우리나라 미술계를 흔들고 있다.

얼마 전 검찰에서 위작 논란에 휩싸인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를 가리기 위해 수학에 기반을 둔 ‘웨이블릿(Wavelet) 변환 분석’을 처음으로 사용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웨이블릿이란 작은 파장 혹은 작은 물결을 의미한다. 웨이블릿 변환 이론은 1980년대 초부터 순수수학, 양자물리학, 전자공학 등에서 개별적으로 형성된 이론이 하나로 묶여져서 발달한 것으로 신호처리에 대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웨이블릿 이론을 위작의 감정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은 전 세계수학연맹 회장인 여성 수학자 잉그리쉬 도비시 듀크대 교수 공동연구 팀이다. 이들은 그림을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하여 디지털 이미지로 바꾼 뒤, 이를 픽셀로 나누어 붓질의 패턴을 분류하는 수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는 원작자의 붓질이 거침없는데 반해, 위작의 경우 모방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수준의 ‘주저함’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이 같은 방법으로 네덜란드의 반 고흐 박물관 등에서 6개의 위작이 들어 있는 1000여점의 그림을 감정하여 4개의 위작을 찾아냈다.

위작의 논란은 세계 미술계에도 끊임없는 논란 거리였다. ‘진주 귀거리를 한 소녀’로 잘 알려져 있는 베르메르는 그 생애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위작이 가장 많이 나타난 화가 중 하나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네덜란드는 화가이며 미술 중개상이었던 봔 메헤렌을 나치전범으로 체포했는데, 죄명은 베르메르의 ‘간음하는 여인’을 독일 나치 2인자인 괴링에게 판 혐의였다. 재판 과정에서 메헤렌은 자기가 판 것이 진품이 아니라 위작이라며 법정에서 베르메르의 작품을 직접 그렸는데, 누가 보아도 베르메르의 작품이었다. 메헤렌은 자기의 죄가 반역이 아니라 사기죄임을 항변했고, 나치에게 위작을 판 메헤렌에게 네덜란드 국민들은 오히려 우호적이었다. 이 사건은 괴링이 그림 값으로 준 것이 위조 화페임이 밝혀져 위작에 위조로 끝난 사건이 됐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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