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곳 동시다발 압수수색…핵심 인물 소환·추적 뒤따를 듯

▲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두 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르재단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에서 미르재단 관계자들이 나와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이 26일 두 재단과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 자택 등 9곳을 동시 압수수색한것은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는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지 27일 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의혹 규명을 위한 전방위·전면적 물증 찾기 작업으로 읽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재단 기금 모금을 총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물론 최씨의 주소지와 거처 및 사무실 여러 곳, 최측근인 차은택씨 자택 등도 모두 포함됐다.

이날 압수수색 집행은 검찰이 지난 수일간의 참고인 기초조사 과정에서 범죄 단서나 정황, 범죄를 의심할 만한 중요 증거자료와 진술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달 1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그동안 재단 설립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재단 관계자 등에 대한 기초조사에 주력해왔다.

재단 설립 배경과 절차,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개입여부 등이 주요 조사 포인트였다.

강제수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으나 검찰은 범죄 단서가 나와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공직자가 아니라 자연인 신분인 최순실씨가 국정에 깊숙이 관여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서 검찰도 본격 강제수사로 전환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자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두 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미르재단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연합뉴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각종 컴퓨터 파일과 각종 문서 등을 바탕으로 의혹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이 확인해야 할 사안은 ▲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 기금 모금 의혹 ▲ 최순실씨의 자금 횡령·유용 의혹 ▲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홍보물 등 청와대 문서 유출 의혹 등 크게 3가지다.

미르는 작년 10월, K스포츠는 올해 1월 각각 설립됐다. 하지만 최근 문체부의 ‘초고속 법인 설립 허가’, ‘창립총회 회의록 거짓 작성’ 의혹 등이 제기됐다.

전경련 주도로 62개 대기업이 참여한 기금 모금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하고 최순실씨가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디.
특히 두 재단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최씨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비덱스포츠·더블루케이 등 개인회사를 차려 사업을 핑계로 두 재단 자금을 빼내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최씨는 청와대 문건 유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사전에 건네받아 열람하고 수정했다는 의혹이다.

이 부분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나 형법의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실정법 위반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국기 문란’, ‘국정농단’ 사태로 비화하자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지만 강제수사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최씨는 딸 정유라(20)씨와 독일로 출국해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최씨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40)씨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 등 최씨의 개인 회사들은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등 여러 형태의 증거인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핵심 인물들의 신병 확보와 행적 파악을 위한 조치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차후 정치권의 특별검사 도입에 대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성역없는 수사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다가 수사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특검 수사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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