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올해 데뷔 60주년
팔순 넘어도 왕성한 활동
서울대 개교 70주년 기념
연극 ‘법대로 합시다!’ 공연

▲ 배우 이순재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 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나. 잠시 권력을 내려놓아야겠어.”

25일 서울종합예술학교 11층 연습실. 벽에 붙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연습실 가운데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두 배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빈선택 통령이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잠시 권좌에서 물러나고 검찰총장이 비상조치를 선포하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비서 소길수에게 말하고 있다.

빈 통령을 맡은 배우 이순재는 말이 꼬이자 뒷걸음질 치고서는 꼬인 부분부터 대사를 다시 하며 걷는다.

서울대 개교 70주년 기념 연극 ‘법대로 합시다!’의 공연 준비 모습이다. ‘법대로 합시다!’는 서울대 연극회 출신이 주축이 된 관악극예술회 부설 관악극회의 5번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법에는 법으로’(measure for measure)를 마당극 형태로 풀어냈다.

이순재는 배우로서 이번 연극에 참여할 뿐 아니라 2011년 설립 당시부터 관악극예술회 회장을 맡아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관악극예술회는 막스 프리쉬의 ‘하얀중립국’, 아서 밀러의 ‘시련’, 김동식의 ‘유민가’, 이수인의 ‘헤이그1907’ 등 국내외 우수 고전극을 무대에 올렸다.

이순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나이가 많아서 하는 것”이라며 큰 의미 부여를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연기를 사랑하고 연기에 향수를 가진 동문이 모여 작업하자는 의미”로 관악극예술회를 꾸리게 됐다며 “연극을 좋아하는 후배들이 연기를 직업으로 삼든 아니든 프로와 같은 기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극예술회에는 서울대 연극회 출신들로 구성됐지만 현업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 교수, 대기업 간부 등 비전문 배우도 있다.

이순재는 올해로 데뷔 60주년이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대학교 3학년생인 그가 연극 동아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을 무대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당시 단과대별로 있었던 연극 동아리를 한데 모아 서울대총연극회를 만들었다.

팔순이 넘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한다. 올해만 해도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재단사로 자수성가한 유쾌한 노인 유종철 역을 연기했고, ‘사랑별곡’이라는 연극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오랜 연기활동의 비결을 묻자자기 역량을 닦아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연기라는 예술적 창조 행위는 평생 해도 끝이 없고 완성이 없다”며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이 나왔다고 해서 음악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늘 새로 하는 기분으로 임하자’라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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