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원자로 식히는 경수로 원전
비상전원·보충라인으로 안전 만전

▲ 김영식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제2발전소 방사선안전팀 차장

요리에 자신이 없고 한 끼의 식사가 아쉬울 때면 라면을 즐겨 끓여 드시는 분이 많다. 그런데 한 끼의 식사로 라면을 끓이는 도중에 잠시 영화나 음악을 듣다가 냄비 속의 물이 줄어들어 냄비를 태운 경험들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당황스런 경험을 할 때면 간단한 라면을 끓일 때도 늘 조심해야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게 된다.

사실 냄비 속에 물이 조금만 남아 있었다면 절대로 냄비는 타지 않는다. 그만큼 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라면을 끓여 먹는 일조차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물은 원전의 안전을 책임지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자로에 물이 가득하다면, 과열에 따른 사고를 예방한다.

또 원자로 주위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탱크가 많다면 더 안전하다.

원전은 흑연감속로, 중수로, 경수로가 있으며, 흑연감속로는 구형모델로서 영국에서 처음 개발했으나 기술상의 한계로 폐쇄되어 거의 운영되지 않는다.

다만 북한에는 소련에서 건설해준 흑연감속로 원전이 현재 운영중에 있다.

원전의 최근 모델로 경수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운영 중이다. 경수로에는 가압형과 비등수형으로 나눠진다. 이 둘은 원자로의 크기로 구분된다.

가압형은 원자로가 크고 많은 양의 물을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비등수형은 원자로의 크기가 작고 원자로 내에 증기도 같이 공존하기 때문에 원자로에는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양의 물만을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비등수형 원전은 원자로에 물이 증발돼 핵연료가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큰 사고의 위험이 잠재돼 있다.

이는 가압형과 비등수형 경수로 원전사고를 서로 비교해보면 안전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압형 경수로 원전 사고는 미국에서 있었다. 1979년 원자로가 용융돼 주민들이 모두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그러나 방사능은 원전 밖으로 노출되지 않았고 주민들에게 방사능의 피해도 전혀 없었다. 원자로 내에 충분한 물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사고에 따른 피해는 예상외로 크지 않았다.

반면 비등수형 경수로 원전으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는 달랐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의 물이 모두 증발되거나 사라지면서 큰 사고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원자로의 전원도 모두 상실되면서 사고는 더욱더 커졌다.

이처럼 가압형과 비등수형 경수로 원전은 안전측면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이는 원자로의 크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안전성이 크게 다르고 비등수형 경수로 원전의 설계상의 한계점이기도 하다. 가압형 경수로 원전은 원자로 내에 보유되는 물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안전하게 설계된 것이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한국형 가압형 경수로 원전에는 원자로 주변에 물을 보충할 수 있는 탱크와 보충라인이 더 증설됐다. 또 전원 상실에 대비해서 비상용 전원설비를 증설했고 이동형 전력설비도 갖추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한국형 경수로는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또 아무리 원전이 안전하더라도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규제기관의 철저한 감독하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한번쯤 기억했으면 한다.

김영식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제2발전소 방사선안전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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