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교수·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배운 것을 올바로 펼치지 못하고
출세 위해 권력에 빌붙어 곡학아세

▲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고, 누구나 이 말이 맞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아는 것과 보이는 것이 정비례 관계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시작으로 이 글을 쓰고자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은 미술사학자 유홍준의 저서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 책이 100만부 이상 팔리면서 이 말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갑남을녀들에 의해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통상 사람은 배우면 시야가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의 부모들은 허리가 굽도록 무릎 연골이 닳도록 또는 손마디에 굵은 마디와 굳은살이 생기도록 자식들 교육에 목을 매었다. 자식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시골구석에서 평생을 농사 짓지 말고, 회전의자에 앉아 펜대를 굴리면서 살아가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들 부모세대와는 달리 대학 졸업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우리가 부모들 보다 더 많이 배웠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부모들 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졌다라고 말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나의 의문은 세 살 어린아이도 능히 아는 것을 팔순 어른도 행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점에서 아는 것을 행함에 있어서 우리는 부모들을 도저히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 것이다. 우리들의 영원한 스승으로 추앙 받는 퇴계선생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평생하셨기에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다.

요즈음 매스컴을 보면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비록 갑남을녀보다 아는 것은 많을지 몰라도 배운 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이치에 따라 권력자에게 빌붙어서 곡학아세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곡학아세는 자기가 배워서 아는 것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그것을 굽혀가면서 세속에 아부해 출세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곡학아세는 자기 자신이 정도를 걷고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을 때는 확신범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확신범은 급격한 사회 변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범죄의 한 종류로서 형법범죄론에서는 확신범인에 과연 위법성의 인식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확신범인에게도 현재의 법질서에 반한다는 의식 즉 위법성의 인식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듯하다. 사회에서 나름 균형 감각을 가진 계층으로 평가 받는 법조인이나 대학교수 및 정치인들 중에도 확신범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곡학아세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벌주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권력자들의 우산 아래에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세상사의 경험이 적어서 보고 들은 게 별로 없거나, 저만 잘난 줄 알고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의 우물 안 개구리는 태어난 곳이나 자란 곳이 우물 안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아는 것이 우물 안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 날의 우물 안 개구리는 태어난 곳이나 자란 곳이 우물 안이 아니라 우물 밖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들은 우물 밖에서 자랐지만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스스로 그 깊은 우물 속으로 뛰어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자발적 우물안 개구리’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우물 밖으로 나오려는 의지조차 없기 십상이다. 자발적 우물 안 개구리들은 아는 것은 많지만 보이는 것은 동그랗거나 네모난 하늘만 볼 수 있다. 깊은 우물이 주는 편안함과 천적관계와 같은 세상의 온갖 위험과는 상관없이 자기들끼리 즐겁게 놀 수 있는 돌과 이끼가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깊은 우물 속으로 뛰어 든 것이리라.

필자도 스스로가 곡학아세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확신범은 아닌지 또는 자발적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닌지 자문해 본다. 사람은 누구든지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각고의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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