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직격탄 맞은 화훼업계

▲ 27일 북구 진장동의 울산농협화훼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월은 결혼식 시즌으로 화훼업계의 ‘대목’으로 꼽히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급감한 주문량에 꽃집과 화훼농가 등은 매출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난을 키우는 지역 화훼농가들은 올 겨울 연료비 부담에 1년여 넘게 애써 키운 꽃줄기를 자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전국 화훼농가의 절반 이상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화훼업계는 가격인하, 인건비 줄이기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일부 꽃집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배달에 나서고 있다.

화환 주문량 40%가량 감소
꽃 시세도 30~40% 떨어져
인건비 줄이려고 직접배달
난방비 부담에 폐기처분도

△축하·근조 화환, 선물용 난 주문 급감

27일 찾은 울산 북구 진장동의 농협화훼매장은 영업시간임에도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고 직원들만 덩그러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화훼매장 측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줄었다고 한다.

화훼매장 이충렬 총무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로 화환 주문량이 40% 가량 감소했다. 우리 뿐만이 아니라 울산의 꽃집들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이번달이 결혼시즌이라 조금 주문량이 올랐지만 예년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문량 감소는 공판장의 시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꽃 가격은 하락하고, 유찰 물량은 증가했다.

울산지역 화훼 중도매인들은 부산과 김해의 화훼공판장을 주로 이용한다. 부산 엄궁화훼공판장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화환에 주로 사용되는 거베라, 소국, 대국, 백합 등 꽃 시세가 30~40% 가량 떨어졌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거베라의 경우 1단(10송이)에 지난해 1만원 가량 하던것이 바닥을 쳤다가 결혼시즌을 맞아 조금 오르면서 6000~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농민들이 애써 키운 꽃을 제값을 못 받을바에는 안 팔겠다는 일도 많아 유찰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한푼이라도 아끼자” 직접 배달

이에 울산지역 꽃집들은 직접배달을 해 인건비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호소한다.

한 꽃집 관계자는 “통상 화환주문이 들어오면 전문업체를 통해 배달하지만 지금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배달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꽃을 키우고 있는 울산지역 화훼농가들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북구 농소화훼단지에서 호접란을 키우고 있는 김수선씨는 최근 농원에서 자신이 키우던 난 1만주의 줄기를 잘랐다. 20개월 가량 애지중지 키운 난이지만 겨울이 다가오면서 도저히 연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 시세로는 꽃을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호접란 하나에 1만원 하던것이 지금은 5000원대까지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주변에서 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상당수지만, 평생 꽃만 키워왔는데 관두면 뭘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선물용 난은 시청과 교육청 등 관공서에 들어가는 비중이 80% 가량을 차지한다. 선물용 난의 경우 1월과 7월 등 인사철이 대목이지만 이미 지역 꽃집들의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바닥을 친 것이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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