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중 자신의 호텔·골프장 찾아 홍보…막판 2주 포기 분석

 

미국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이 경영하는 골프장과 호텔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불과 2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11월8일)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선거 후를 염두에 두고 다시 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플로리다 유세 도중 짬을 내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의 골프리조트인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 들렀다. 갑자기 잡힌 일정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얼마나 인기 있는 보스인지를 보여주려는 듯 동행한 20여명의 기자 앞에서 직원들에게 “여기서 트럼프와 일하는 게 어떤지 누가 한마디 해볼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어 26일 오전에는 워싱턴DC 한복판에 개장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의 테이프컷팅에 참석했다. 백악관에서 불과 1.5㎞ 거리에 있는 이 호텔은 지난 9월 개장했는데도 트럼프는 이것은 ‘약소한 개장’이고 정식 오픈은 이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대한 역풍 때문에 호텔의 인기도 시들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트럼프는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 밤마다 워싱턴DC 사람들이 모이는 명소가 됐다”고 자랑해왔다.

그는 이날 부인 멜라니아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장녀 이방카, 차녀 티파니와 함께 한 테이프컷팅 후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대단한 인생을 살았다. 도심 빈민가와 시설이 가난한 학교를 재생하는 국가계획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도 이 행사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해 그의 선거운동의 오랜 핵심테마를 강조하는 자리로 연설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가 자신이 소유한 호텔에서 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했던 적은 경선 과정에서도 잦았으나 그때는 누가 보더라도 ‘선거 일정’이었지만 이번 행보는 다르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NYT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선 승리가 어려워지자 ‘트럼프 브랜드’ 홍보로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을 반박했다.

자신은 사업체처럼 정부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플로리다 일정은 일자리 창출에, 워싱턴DC 호텔 개장 행사는 예산절감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거 전문가들은 그가 경합 주(州)로 달려가 한 표라도 더 끌어모을 수 있는 막판 2주일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2012년 대선 때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도왔던 선거전략가 케빈 매든은 “트럼프가 당선될 것으로 믿는 지지자들에게 최악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P통신과 조사기관 GfK가 26일(현지시간) 내놓은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 클린턴은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로부터 51%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37%)를 14%P 차이로 따돌렸다. 올해 대선에서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한 비율은 74%로 지난달 조사(63%) 때보다 11%P 늘었다. 이번 조사는 20~24일 미국 성인 1546명(투표 의향이 있는 1212명 포함)을 상대로 이뤄졌다.

클린턴은 약점으로 지적된 젊은층 유권자의 지지 면에서도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에 여유 있게 앞섰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세력으로 꼽히는 보수 기독교 여성들의 표심마저 잃어가면서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달 초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 이후 성추행 피해 여성들의 주장이 잇따른 점이 트럼프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후보간 1~3차 토론에서도 트럼프가 패배했다는 여론이 우세해 클린턴의 대세론은 점점 굳어가는 모양새다.

공화당원마저 트럼프보다 클린턴의 대선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보고 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조사(20~24일)에서 공화당원 648명 가운데 클린턴의 승리를 점친 비율은 41%로 트럼프(40%)보다 높았다. 지난달 조사(트럼프 58%, 클린턴 23%)와는 상반된 결과다.

아이러니하게도 막말 등 트럼프의 ‘헛발질’에 따라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가 대선후보로 더 경쟁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AP·Gfk의 ‘가상 대결’ 조사에서 펜스는 클린턴에 4포인트 차이로 뒤져 트럼프(14%포인트)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팀 케인이 대선주자로 나섰다면 트럼프에 16%포인트 차이로 앞서 클린턴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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