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패 뒤 4연승…오타니-구로다 선발 맞대결 끝내 불발
6차전 쐐기 만루포 레어드가 일본시리즈 MVP

▲ 닛폰햄 오타니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닛폰햄 파이터스가 일본시리즈에서 2연패 뒤 4연승을 거두고 10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닛폰햄은 29일 일본 히로시마 마쓰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프로야구 일본시리즈(7전 4승제) 6차전에서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4-4로 맞선 8회초 외국인 타자 브랜든 레어드의 만루포를 포함해 대거 6득점하고 10-4로 승리했다.

2연패 뒤 4연승을 질주한 닛폰햄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2006년 주니치 드래건스를 꺾고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한 이래 1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닛폰햄은 2012년 일본시리즈 준우승의 아픔을 씻어내고 1962년, 2006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5년 만에 일본시리즈 무대에 오른 히로시마는 ‘의리남’ 구로다 히로키가 대기하는 7차전으로 시리즈를 끌고 가는 데 실패했다.

1984년 이후 32년 만의 우승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6차전 쐐기 만루포를 포함해 이번 시리즈에서 타율 0.273(22타수 6안타) 3홈런 7타점을 올린 레어드가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구리야마 히데키 닛폰햄 감독은 사령탑으로 첫 일본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닛폰햄의 저력이 빛난 일본시리즈였다.

적지에서 2연패한 뒤 홈으로 돌아온 닛폰햄은 3차전에서 연장 11회말 오타니 쇼헤이의 적시타로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흐름을 바꿨다. 4차전에서는 8회말 레어드가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5차전에는 1-1로 맞선 9회말 니시카와 하루키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2패 뒤 3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닛폰햄은 끈기와 정신력에서 센트럴리그 챔피언인 히로시마를 압도했다. 6차전에서도 드라마는 경기 막판 쓰였다.

닛폰햄은 1-2로 뒤진 4회초 안타와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잡은 무사 1, 2루에서 다나카 겐스케의 우중간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계속된 2사 2, 3루에서는 니시카와가 우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3루타를 쳐내 4-2로 달아났다.

벼랑 끝에 몰린 히로시마는 5회말 마루 요시히로의 솔로홈런으로 점수 차를 1점으로 좁혔고, 6회말 2사 2, 3루에서 시모즈루 코의 내야 안타로 4-4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닛폰햄은 4-4의 균형이 이어진 8회초 2사에서 니시카와, 나카시마 다쿠야, 오카 히로미의 3타자 연속 안타로 만루 기회를 엮어냈다.

급격하게 흔들린 히로시마의 4번째 투수 제이 잭슨은 4번 나카다 쇼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헌납했다.

투수 앤서니 배스에게까지 1타점 중전 적시타을 내준 잭슨은 레어드에게 쐐기 만루포를 얻어맞고 고개를 떨궜다.

5차전의 영웅인 니시카와는 이날 6차전에서도 3루타 2개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8회초 빅이닝도 니시카와의 안타에서 출발했다.

닛폰햄은 6차전 선발 투수로 애초 예상됐던 ‘과물투수’ 오타니 쇼헤이 대신 2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마쓰이 히로토시를 내세웠다.

자칫 시리즈가 최종 7차전까지 갈 때를 대비해 구로다에 맞설 카드로 오타니를 남겨둔 것이다.

결국, 일본시리즈가 6차전에서 끝남에 따라 야구팬들이 기대해왔던 오타니와 구로다의 선발 맞대결은 불발됐다.

오타니는 앞서 1차전에서, 구로다는 3차전에서 선발 등판하는 등 행로가 서로 엇갈렸다.

구로다가 일본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터라 일본프로야구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한 무대에서 구위를 겨루는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1997년 히로시마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구로다는 11년 동안 히로시마에서만 뛰며 103승 8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2008년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그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총 7시즌을 소화하며 개인 통산 79승 79패 평균자책점 3.45를 남겼다.

구로다는 양키스에서 2014시즌을 마친 뒤 200억 원대 연봉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 콜을 마다하고 5분의 1 수준인 연봉 4억 엔(약 43억원)에 히로시마와 도장을 찍었다.

8년 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구로다는 “마지막 공 한 개가 될지라도 히로시마에서 던지고 싶었다. 히로시마의 우승을 위해 뛰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1월 히로시마로 돌아온 구로다는 올 시즌 팀을 25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으나 끝내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마운드를 떠나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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