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에는 눈물겨운 노력이 따른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조급함으로는
노벨상 받는 외길 과학자 나올 수 없어

▲ 유성호 풍생고등학교 교장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세포의 자기포식 연구에 50년을 매달린 일본 도쿄공대의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가 선정되었다. 한번 시작하면 평생을 파고드는 일본인 특유의 고집이 이루어낸 또 하나의 노벨상 수상이다. 일본 원로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을 바라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마부위침(磨斧爲針),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생각났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결국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 불변의 진리이다.

우리는 TV 프로그램에서 오랜 기간 같은 일에 매달려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감탄과 경외심을 보낸다. 그렇지만 오늘의 성공이 있기까지 그들이 감당했을 인고의 시간과 눈물겨운 노력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TV 속 주인공들이 이룬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성취에만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일본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때 박세리, 박찬호, 박태환, 김연아 선수의 달콤한 성공 신화에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제2의 박세리 김연아를 꿈꿨지만 대부분 얼마 못 가서 포기했다.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진로를 정하고 오랜 기간 묵묵히 실력을 기르기보다는 조급하게 성취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긴 시간 참고 기다리고 노력하는 일에는 많이 힘들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급한 편이다. 혹시 남보다 뒤처질세라 급하게 따라하다가도 또 쉽게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각종 신드롬이 이를 증명한다. 다이어트만 하더라도 몸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순식간에 전국적인 유행이 된다. 최근에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그동안 외면 받던 고지방 식품이 품귀 현상을 보인다는 소식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성급한 추종으로 인해 단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민국 과학이 발전하지 못한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 개발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7의 실패도 이러한 조급함이 낳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급함과 함께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고, 남의 말을 쉽게 믿고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업용 우지(牛脂) 라면 파동,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 메르스 사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이들을 둘러싼 온갖 루머로 온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고 후유증도 심각했다. 최근에는 경주 지진과 연결하여 대지진 전조설까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 전체가 집단 최면에 걸린 듯하다. 객관적 근거나 과학적 분석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특정 사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사회 풍토에서는 일본처럼 평생 한 우물만 파는 외길 과학자가 나올 수 없다. 왜 모두 한 줄로 서서 한 방향으로만 조급하게 달려가는가? 모든 사람들이 특정 직업을 선호하고 경제적 부와 높은 지위만을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한 눈 팔지 않고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우직하게 사는 괴짜들이 많아져야 이 사회가 아름다워진다. 대를 물려 가업을 이어가는 장인정신도 이러한 토양에서 꽃이 필 수 있는 것이다.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씨줄과 날줄로 아름다운 수를 놓는 사회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인생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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