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태광산업 울산공장에서 방사성 폐기물 수백t을 무단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과 폐기물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허가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태광산업은 원안위로부터 1140여t의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허가를 받아놓고는 이 분량을 넘어서자 추가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320t을 무단보관해온 것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8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진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이 울산 공장 2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방사성폐기물로 추정되는 액체상태의 폐기물 수십t이 저장된 탱크가 추가로 발견돼 시료분석에 들어갔다. 이 탱크도 방사성폐기물로 밝혀지면 10여년간 400t가량을 불법보관해온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울산시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성 폐기물 보관에 따른 누출여부를 조사한 결과 안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누출되면 인체에 심각한 해를 입히는 방사성 폐기물을 사전허가도 없이 불법 보관을 해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더 큰 문제는 원안위의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울산시가 지역내 방사성 폐기물의 보관 현황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광산업은 아크릴 섬유와 합성고무 원료 생산 과정에서 우라늄이 포함된 촉매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방사성 폐기물 저장에 관한 인허가를 국가로부터 받는다. 정부는 이를 지자체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 그래서 울산시는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의 보관이 잘못돼 누출이 되면 그 피해는 당연히 지역주민들이 입는다. 혹여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즉각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가 보관 사실 조차 모르고 있대서야 말이 되는가. 전문성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인허가권을 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자치단체가 현황만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울산시는 “방사성 폐기물 인허가 사항의 해당 지자체 통보를 의무화하도록 제도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이번 태광산업의 경우를 보면 정부가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320t도 수사가 시작되자 자진신고를 한 것이다. 시료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추가로 발견된 탱크에도 방사성 폐기물이 들어있다고 한다면 정부의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불안감이 높은 울산이다. 석유화학업체의 안전불감증은 시민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정부는 자치단체와 정보 공유를 통해 엄격한 관리는 물론이고 안전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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