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호 극작가

서기 760년 음력 사월 초하룻날, 신라 하늘에 변괴가 일어났지. 제8대 아달라이사금 때엔 하늘에서 해와 달이 사라져 되찾았는데 제35대 경덕왕 19년에는 해 두 개가 하늘에 열흘 동안 나란히 떠 있었지. 일관이 왕에게 긴히 아뢰었어. 인연 있는 법사를 모셔와 산화가를 부르면 재앙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에 조원전의 단을 깨끗이 씻고 왕이 청양루에 친히 나가 기다렸겠다.

마침 월명사가 두렁길을 걷고 있었어.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불러 기도문을 짓게 했지. 월명사가 아뢰었어. 소승은 국선(대표화랑)의 무리라 향가는 좀 합니다. 왕이 말했어. 인연이 닿았으니 뭐든 한 곡 지어 불러주시오. 월명사는 도솔가를 지어 바쳤어. 거짓말처럼 해의 변괴가 사라진 게야. 왕이 이를 가상하게 여겨 좋은 차 한 봉과 수정 염주 108개가 든 선물을 준비했지. 그런데 말끔하게 생긴 한 동자가 궁전 서문에서 나타나 선물을 대신 받거든. 왕이 이상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동자의 뒤를 쫓았어. 그러자 동자는 내원탑 속에 숨어버리고 차와 염주는 미륵상 벽화 앞에 놓여 있거든. 동자는 미륵보살이 현신이었어. 월명사의 공덕이 미륵보살을 감동시킨 게지.

한민족은 해가 뜨는 곳을 찾아 이역만리를 이동, 삼한에다 나라를 세웠지. 그러니 해는 왕을, 또 다른 해는 환란을 일으켜 왕이 되려는 자를 가리키지. 왕에 맞선 세력을 물리치는 의식이 산화공덕이고, 이때 부른 노래가 도솔가란다. 산화공덕은 재래신앙에 불교를 덧입힌 의식이고. 당시의 천신숭배사상에다 시조강림사상은 미륵불이 백성을 이끈다는 정치이념으로 받아들였기에 그분의 힘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마음을 향가에 담은 게지.

도솔가는 한 하늘에 해가 둘씩 나타난 변괴를 물리치려고 부른 주술가야. 하늘에 해가 둘일 순 없듯 나라에도 왕이 둘일 순 없지. 환란을 일으킨 쪽은 사라져야 할 운명. 노래를 불러 환란을 물리쳤다는 도솔가는 이래. 어제도 오늘도 산화가를 부르며/ 푸른 구름에 복숭아꽃 편지 띄워/ 정중한 이 마음을 다해 빌고 비나니/ 도솔대선이시여 이 변괴를 물리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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