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야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

▲ 한승미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울산센터장

어쩌다가 보드게임개발자로 소개돼 강의를 나간 적이 있다. 바로잡고자 “저는 게임 퍼실리테이터입니다”라고 소개를 했으나 청중은 조용했다. ‘게임은 게임일지언데 대체 퍼실리테이터는 뭔가?’ 의아해라도 해주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에서 “실망하셨나요?” 물으니 그제서야 빙긋이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강의제목에 게임이란 단어만 들어 있어도 공교육기관에서 강의를 꺼려했다. 2012년부터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이라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의 게임문화전파 강의를 하던 필자는 그 시기를 견뎌 이겨낸 셈이다. 무엇보다 게임을 좋아했고, 좋아할 만한 이유가 분명한 게임을 교육에 접목하고자 게임을 활용한 모든 사회활동을 즐기며 창조해 ‘게임 퍼실리테이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이 완성은 아니고 성공을 뜻하지도 않는다.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둘러보고 한단계 한단계 성장하며 자랑스러워하는 과정에서 창직이란 걸 얼떨결에 한 셈이다. 그럴듯한 큰 그림인 이 삶의 목표가 퍼실리테이터란 직업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순간순간 짜릿함으로 채찍질해주고 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하는 게임이 있다. 오른손을 번쩍 들고 AI라 사칭하는 컴퓨터속 캐릭터와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이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 지는 순간 손을 내리는 수강생들의 기운이 녹록지 않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우승자로 추종되고 강화물이라도 있을 시엔 절실하게 부러워 한다. “게임으로 아이들은 이런 승패의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감정을 끊임없이 컨트롤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합니다. 다시 한번 해야죠?” 개별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단 한명의 우승자가 나오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이번엔 가위바위보 우승자의 좌우 두분까지 덩달아 함께 우승자가 되는 미션입니다. 뭐하세요? 옆사람들에게 잘 보이셔야죠. 혹시 아까 우승자 옆으로 자리바꾸고 싶은 분 계신가요?” 이쯤되면 전략도 나온다. 운 좋을만한 자리로 옮겨볼까라는 농담도 나오고, 옆사람과 협의도 이뤄진다. 강의실은 이미 신나는 게임장으로 변해 있다.

상기된 학부모들의 얼굴 속에 우리 아이들의 상기된 모습도 보인다. 맨손의 가위바위보로 게임을 했을 뿐인데 오롯이 게임의 감정을 경험한다. 게임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소통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한다. 어른들은 이런 걸 아이들이 공부로 습득하는 줄 착각한다. 아니면 모든 문제를 부모가 다 해결해 줄마냥 중요하지 않다고 착각한다. 문제를 접하게 해준 적이 있는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고 무언가 파고들 수 있는 시간을 준 적이 있는가? 그 옛날엔 해가 질 때까지 내달렸던 고무줄놀이도 있었다. 술래잡기, 다방구 놀이처럼 다양한 놀이문화가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골목에서 즐겼던 그 놀이들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것이다. 게임은 이런 거다.

게임은 이미 삶이다. SW교육에서 컴퓨팅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 곧 아이들의 문제 해결력 향상을 위한 학습법이다. 디지털 원주민인 우리 아이들의 직업은 AI로봇으로 인해 향후 5년내 일자리 5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즐기며 찾아가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게임 퍼실리테이터란 직업을 떳떳하게 내세우며 성장하는 것처럼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로 읽어 융합시대에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승미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울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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