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계 최고의 댄서를 꿈꾼다­울주군청 장애인댄스스포츠팀

▲ 세계 최고의 댄서를 꿈꾸는 울주군청 장애인댄스스포츠팀. 장혜정, 이재우, 박영선, 이영호 선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휠체어를 타고라도) 춤을 추고 싶었어요.” “주변 권유로 전향했습니다.” “재활에 적격이었죠.” “스카우트됐습니다. 하하.”

각기 다른 동기로 한 팀을 이룬 네 사람이 창단 2년 만에 국내 무대를 석권하고 세계 무대 접수에 나섰다.

서상철 감독이 이끄는 울주군청 장애인댄스스포츠팀은 ‘장혜정(41)-이재우(22)’조와 ‘이영호(38)-박영선(25)’조 네 명으로 구성됐다. 후천적 척추장애를 입은 장혜정과 이영호는 비장애인 이재우, 박영선과 각각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짧게는 6년, 길게는 16년간 운동을 계속해온 이들은 전국장애인체전에서 나란히 3관왕에 오르는 등 국내 무대를 휩쓸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로마 세계선수권·벨기에 오픈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도 잇따라 낭보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아니다. 댄스스포츠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과 달리 불모지나 다름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선수들은 세계의 벽을 느꼈다. 처음 국제무대에 섰을 때 변방국 취급을 받아 심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독기가 올랐다.

후천적 척추장애 장혜정·이영호씨
비장애인 이재우·박영선씨와 호흡
굵은 땀방울로 2년만에 국내 석권
지난해부터 태극마크 달고 해외로

“여러 팀이 플로어에서 동시에 경기를 치르는데 심판이 주목하지 않는 팀은 제대로 점수를 얻을 수 없어요. 팔다리가 길고 동작이 큰 유럽 선수들보다 눈에 띄고 싶어서 방석을 여럿 겹쳐 깔고 허리를 세우는 연습도 했습니다.”

당장 성에 차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계속 노력했다. 장애 선수들의 손에 굳은살이 늘고, 비장애 선수들의 부상도 심해졌다. 휠체어에 부딪혀 무릎에 멍이 가시지 않았고 휠체어의 하중을 버티느라 손목도 성할 날이 없었다.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세세한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던 장애선수들은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기초적인 부분부터 하나씩 체득해 나갔다.

비장애인 선수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컸다. 15년간 엘리트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다 1년 전 장애인댄스스포츠로 전향한 박영선은 “휠체어를 탄 파트너와는 처음 호흡을 맞추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난감한 상황에서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해 잠이 잘 오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굵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다.

“국가대표라는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연습을 소홀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언제가 가장 기뻤냐는 질문에 장혜정은 지난달 열린 벨기에 오픈을 떠올렸다.

“그동안 한번도 꺾지 못했던 슬로바키아 선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어요. 경기를 치르면서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의 시선을 확인했는데 우리 팀에 쏠린 눈빛을 보고 우승을 확신했습니다.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해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겠냐는 우문(愚問)에 선수들은 “장애인댄스스포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종목인 만큼 어느 누구 하나가 잘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며 “혼자가 아닌 어울림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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