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광 남목고등학교 교사

세상에서의 삶은 우리에게 너무도 다양한 답을 요구한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시험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 오류 없는 정답만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학교교육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학교교육은 지속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바꾸기 어렵다. 현행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에서 학생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고는 시험에서의 오답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교육방식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냥 하던대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런 식의 교육방식으로 인해 결국 교육이 경쟁력이 사라진다면 사람밖에 달리 자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말이다. 필자가 고등학교 때 역사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의 교과서에는 1920~45년까지의 사회주의자 독립운동이 소개되지 않아 1920~45년까지는 국내에서 독립운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해외에서만 독립 운동이 계속된 것으로 서술됐다.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필자는 국내에서 독립운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선생님께 질문했다. 선생님은 교과서의 문제점을 알고 계시다며 “나는 그런 문제를 내지 않겠지만 혹시 모의고사나 다른 시험에서 그런 문제가 나오면 교과서대로 정답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왜 그런지 묻고 싶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선생님의 얼굴 표정 때문에 더 이상 묻지 못했다. 그런 비슷한 기억을 필자만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때 분위기는 교과서대로 답을 적는 것이 정답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진실과 상관없이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내용만을 진실로 믿어야 하는 사회. 우리는 한때 그런 사회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런 교육 방식이 현재엔 달라졌는지 스스로 물어보지만 다소 변화는 있어도 정답만을 요구하는 시험과 강의식 수업방식이 지배하고 있는 교실에서 교육방식의 진정한 변화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많은 학교에서 이러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우리 학교에서도 지난주에 소논문 발표 대회가 열렸다. 일 년 동안 인문·자연과학 분야에서 연구주제를 설정하여 연구하고 소논문을 작성하여 학생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까지 마무리해서 우승자를 겨루는 대회이다. 벌써 몇 년째 시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는 논문의 수준이 우수하다. 참여 학생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정규교육과정보다 더 많은 재미와 흥미, 그리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단지 대학가기 위한 스펙쌓기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려면 교육이 이러한 식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정답을 찾는 교육에 매몰되어 있는 교육의 장에서 우리학교의 소논문 쓰기와 발표대회는 공교육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박대광 남목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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