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요리사 30년 그리고 부끄러운 선배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요리사들이 TV에서 멋진 직업으로 포장돼 나오면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요리사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선 말투가 거칠고 때론 심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속된말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깔을 부려 다른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또 쿡방(Cook+방송), 먹방(먹는 방송)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요리를 못하면서 노력도 하지 않는 무능력한 사람들로 비친다.

남들은 쉽게 하는 엑셀로 문서를 작성하지 일도 못하는 사람들이거나, 변화에 부정적이고 안주하면서 뒷담화만 하기도 한다. 다른 영업직에 비해 말주변이 없어 늘 뒷북만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손님들이 음식에 대해 혹평 또는 칭찬을 하더라도 포장할 줄 모르고 당연시하거나, 자신 있게 내놓을만한 스펙도 없는 사람들로 평가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것도 직장 동료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것은 모두 선배들이 못나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든다.

요리사들 향한 왜곡된 시선과
넘쳐나는 요리정보는 스트레스
깊은맛과 연륜 묻어나는 요리보다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손장난이
인정받는 현실 안타까워

물론 이 모든 평가들이 틀린 말은 아니다. 쓸데없는 말로 요리사들 얼굴에 먹칠하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뭐라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모든 요리사들이 다 그렇다고 치부되고 대접받는 것이 속상할 뿐이다. 이제는 요리사들도 이런 수모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당당히 자신을 내세우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나부터 틈만 나면 외국 사이트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지인들의 정보를 모으기에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개인 노트북 2개도 부족해 외장 하드를 몇 개 사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현장에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존심을 버리고 다른 부서 직원에게서 표 만드는 것부터 배워 나름 보기 싫지 않을 정도로 서류를 제출할 정도는 된다. 직원들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각종 요리대회에 출전시켜 우수한 성적을 만들어도 냈고 내 이름으로 특허가 난 상품을 판매도 하고 있다. 경상일보에 글을 쓰는 이유도 요리사들도 머리를 쓰는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요리사들은 넘쳐나는 요리정보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치부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탈모를 겪기도 한다. 객실이나 서비스에서는 고객을 화나게 하지 않으면 트집을 잡을 일이 없지만, 음식은 사람들마다 호 불호가 엇갈려 누구든 평가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기성세대들이 수십 년간 요리사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지만 누구보다 애사심과 복종심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깊은 맛과 연륜이 묻어난 요리보다는 감각과 즉흥적인 손장난에 감탄하고 인정받는 작금의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필자처럼 긴 세월을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사람들도 젊은이들의 감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 오늘의 별미 메뉴 - 얼큰한 궁중요리 게감정

◇재료: 수 꽃게 1마리, 두부 50g, 숙주 100g, 소고기 100g, 계란 1개, 밀가루 1큰술, 무 100g, 파 1뿌리, 붉은 고추 2분의 1개, 팽이버섯 1팩.

◇기본양념: 소금 2작은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깨소금, 참기름, 후추.

◇만드는 법 :
● 게살은 발라 껍데기와 다리, 게 국물, 다진 마늘, 파, 생강, 무를 넣고 끓여 장국을 만든다.
● 게딱지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 두부는 으깨 칼끝으로 문질러 곱게 다진 다음 보에 싸서 물기를 짜고 숙주는 곱게 데친다. 소고기는 마늘, 간장, 설탕, 참기름을 넣고 양념해 둔다.
● 그릇에 게살, 다진 소고기, 두부, 숙주를 넣고 게살 양념을 넣고 소를 만든다.
● 게딱지에 기름을 바른 다음 소를 채우고 밀가루 계란을 발라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굽는다.
● 장국에 무, 버섯을 넣고 끓이다 고추장, 된장, 간장을 푼 다음
● 장국을 넣고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더 끓인다.
● 마무리로 팽이버섯과 쑥갓을 넣고 마무리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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