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화 감독 상업영화 데뷔작
신인다운 상상력 마음껏 펼치며
시간 멈춘 세계 흥미롭게 그려

▲ 화노도라는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판타지 동화를 그린 영화 ‘가려진 시간’의 한 장면.

영화 ‘가려진 시간’은 극 중 시간이 멈춘 세계처럼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영화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소재와 장르라는 점에서 그렇고, 한 편의 판타지 동화이면서도 지독한 현실을 디딤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의 무대는 화노도라는 가상의 섬이다.

엄마를 잃고 새아빠와 함께 이곳으로 온 수린과 보육원에서 사는 성민은 친구가 된다.

숲속 둘 만의 비밀 공간에서 둘만의 암호로 대화하며 추억을 만들어 간다.

어느 날 공사 중인 터널 발파 현장을 함께 구경하러 간 수린과 성민, 그리고 친구들은 숲 속에서 이상한 동굴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빛이 나는 알을 찾아낸다.

한 친구가 보름달이 뜨면 시간을 잡아먹는 요괴가 출현한다는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어린 성민은 호기심에 알을 깨뜨린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시간이 멈춘 세계를 구현한 장면이다.

수린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멈춘 시간 속에 갇힌다. 그곳은 마치 정지화면을 보는 것 같다.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던 고양이는 공중에 정지해 있고, 집에서 TV를 보던 부모님들은 TV 앞에 멈춰있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이 손으로 물건을 옮기면 무중력 상태처럼 물건들이 공중을 떠다닌다.

시간이 멈춰 버린 곳에서 소년들은 신기해하며 피자도 마음껏 먹고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지만, 점차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며 나이를 먹어간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은 ‘가려진 시간’이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전작 ‘잉투기’로 한국 영화계에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은 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신인다운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낸다.

특히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어떤 결말로 끝날까 궁금하게 만든다.

엄 감독은 큰 파도 앞에 성인 남자와 소녀가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 담긴 한 장의 그림에서 이 영화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남자와 소녀가 어떤 관계였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가려진 시간’이라는 하나의 퍼즐로 완성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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