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추워지면서 무성했던 나뭇잎이 하나 둘씩 나뒹굴기 시작한다. 가을 끝자락을 장식하는 낙엽. 길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고 싶은 계절이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언젠가부터 늦가을이 되면 옛 연인을 떠올리며 불러보는 가수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비현실적일수도 있지만 한번쯤은 듣고 싶은 가을 애창곡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무성했던 나뭇잎이 하나 둘씩 나뒹굴기 시작한다.

공원 산책로에도, 단풍 든 등산로에도, 계곡바위에도 떨어진 나뭇잎이 쌓인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늦가을엔 누구나 가수가 되고 음유시인이 된다.
앙상하게 잎을 떨어뜨린 나뭇가지를 보면 우리네 마음도 덩달아 쓸쓸해진다.

거미줄에 걸려 떨어지길 거부하는 낙엽의 몸짓은 가을을 아프게도 하지만
거세게 휘몰아치는 찬바람의 거친 함성과 냉기의 무게를 버티지는 못한다.
길가에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며 가을은 참으로 슬픈 계절이라 하지만
단풍을 빚고는 바스락거리는 그 절규는 내년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다.

어이해서 보내고 마음을 죄더라도 ‘마지막 잎새’는 언제나 봄을 품는 약속이다.
가을이 되면 이미 낙엽이 가을과의 별리(別離)를 준비한다.
낙엽이 져야 이듬해 봄 나무는 새싹을 기약할 수 있다.

영영 떠나는 마지막 길이 아니기에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니다.
아주 짧고 낯설게 떠나버리지만 마음속에는 무언가 남는 것들이 존재한다.
내가 내줬던 마음, 내가 받았던 사랑, 내가 품었던 꿈의 기운.
낙엽은 지고 가을은 가지만 그 마음은 남아 있어 거기에 삶의 의미가 존재하고 있다.

떨어진 낙엽은 책장 속에 끼워 책갈피를 만들고 슬픈 기억일랑 바람결에 날려버리자.
시인 윤동주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했다.
하지만 낙엽이 지는 것을 그리 슬퍼하지는 말자.

잎을 떨군 나무들은 최소한의 몸으로 겨울을 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새봄 다시 만날 약속을 품은 채…

글·사진=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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