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이수 하천관리 등한시했던 울산
태풍 차바 내습으로 생태도시 체면 구겨
도시 안전성 더욱 높여 살고싶은 도시로

▲ 김창식 디지털뉴스팀장

산업수도 울산의 경제가 국내외 정치와 경제변수에 휘둘리면서 점점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은 생산·수출·고용 감소, 영업수지 악화 등 다중고에 시달리면서 한줄기 ‘희망의 빛’마저 꺼져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산업 현장은 경영악화와 구조조정과 노사파업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태풍과 지진에 UN 환경도시’‘UN 방재안전도시’를 외치던 도시의 기세마저 꺾이고 있다.

일자리가 줄다 보니 울산의 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120만명을 넘어섰던 울산의 인구는 119만명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조선·화학 등 주력산업 불황과 내수위축 탓에 동구와 남구, 외국인 중심으로 ‘탈울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틈엔가 최정상을 달리던 부자도시 울산의 주민생활만족도는 3~5위로 밀리고 말았다.

울산이 특단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장미빛’ 가득한 중장기발전계획도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울산시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한 2016년 계획인구 139만명은커녕 2021년 145만명, 2030년 150만 달성도 거의 불가능하다.

무늬만 화려한 울산의 장밋빛 청사진과 현실과의 괴리는 또 있다.

울산시는 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환경친화형 생태도시를 지향하며 태화강 마스트플랜에 2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의 롤모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울산이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변모하는 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생태는 물론 치수와 이수, 방재 기능까지 완벽하게 구축했다던 울산의 생태도시 위상은 태풍 차바의 내습과 함께 물속으로 수장된 꼴이 되고 말았다. 이수와 치수를 외면한 친수공간은 하천의 범람과 함께 주민들을 위험에 빠트렸다. 태화강이 그렇고 여천천, 약사천, 유곡천, 보은천, 호계천, 매곡천, 천상천이 그러했다. 하천에 쏟아부었던 생태시설물과 공간들은 수장되고 망가졌다.

아쉬운 점은 도시기능을 마비시킨 울산의 재난을 이미 4년전에 국가기관에서 경고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 전국단위 기후변화 취약성평가 결과 울산은 치수·이수에 특히 취약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관리 분야는 치수의 취약성을, 재해 분야는 홍수에 대한 기반시설의 취약성 등을 지적한 것이다. ‘생태도시’라는 위명에 매몰돼 하천관리의 근간인 이수·치수 기능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반성해 볼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시정 단골 홍보테마 ‘UN 환경도시 추진’도 흐지부지되고 있는 울산이다.

민선 6기 울산시 지방정부의 주요 시책중 하나는 ‘안전도시 구현’이다. 시민 모두가 행복한 안전도시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재난안전 통합관리체계 구축, 기후변화 대응 방재기반 역량 강화, 원전 및 국가산업단지 안전관리 강화, 울산국가산단 안전관리 통합 대응 등과 같은 세부 실천계획이 추진중이다. 이번에는 ‘UN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추진중이다.

IMF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울산은 주력산업의 위기, 미래 성장동력 부재, 안전시스템 붕괴 등 각종 시험대에 놓여있다. 위기에 봉착한 이 도시가 원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 미래 비전과 혜안 갖고 선도할수 있는 지도자상이다.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일자리를 확보하고, 도시의 안전성을 높여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수 있는 지도자가 절실하다. ‘울산의 눈물’은 이미 시작됐다. ‘말뫼의 눈물’ ‘디트로이트의 몰락’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김창식 디지털뉴스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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