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벌 등 비판 ‘남 탓’만
청춘멘토 의지말고 지식 쌓아야

▲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2011년 12월 한 포털사이트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유력 기업의 광고주 초청 행사였고 그때 개그맨 김제동씨가 사회를 봤다. 명 MC답게 좌중을 압도하며 행사를 빛내는데 손색이 없었다. 당시 김씨의 개그 코드는 익히 알려진대로 ‘자학개그’였다. “여자는 못 생긴 김제동을 안 좋아한다”란 식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성들의 반응을 애써 무시하며 개그를 이어가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재능있고 똑똑하고 심지어 부자인 인기 연예인을 싫어할 여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5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군사령관 사모님에게 ‘아주머니 여기로’라고 안내했다는 이유로 영창을 갔다”고 주장한 2008년과 2015년 김씨의 발언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씨는 자신의 영창 발언이 거짓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김씨가 청춘들에게 거짓 선동하고 있다며, “개그맨이면 개그나 하라”고 질타했다. 김씨가 민감한 국가적 이슈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데 대한 보수의 반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김씨는 왜 정부 비판에 앞장서는 것일까.

대학 때 같이 막걸리를 마시며 반미와 공산주의혁명을 논하던 옛 동지들이 있다. 동구권과 소비에트연방 붕괴로 일컬어지는 공산주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자본주의와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소말리아보다 못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옛 동지들 중 일부는 생계를 위해 소위 ‘청춘사업’을 하고 있다. 취직이 힘든 청춘들이 원하는 달콤한 말을 해주고 돈을 버는 것이다. 예컨데, ‘취직이 안 되는 것은 너희 잘못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정부와 자본주의 탓이다’라는 식의 말로 대학, 직장, 집, 육아 등 거의 모든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린다. 이른바 ‘기승전정부’ ‘기승전재벌’ ‘기승전자본주의’로 청춘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청춘사업’은 꽤 돈이 된다.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힘든 나라에서 산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이런 ‘청춘 멘토’에게 적지않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청춘 멘토가 정부를 비판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이 그들의 정치적 신념과 철학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청춘 멘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청춘들은 열광하고, 청춘 멘토는 영리를 취한다. 문제는 청춘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인물 중에서 ‘남 탓’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대로 “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며 살아갈 때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청춘 멘토의 ‘네탓이오’란 달콤한 마시멜로는 청춘들에게 분노만 일게 만들고, 결국 사회적 낙오자로 만드는 아편과도 같다. 말의 가벼움을 참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 땅의 젊은이에게 분노와 증오를 심어주는 청춘 멘토는 자신의 자식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교육시킬까. 아마도 ‘청춘사업’을 통해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자식들에게 영어유치원, 조기교육, 명문대, 미국유학, 원정출산 등으로 최고의 스펙을 쌓게 할 것이다.

그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달콤한 마시멜로만을 주겠는가. 젊은이들은 ‘달콤한 마시멜로’라는 거짓 위로를 받고자 콘서트를 찾아다니지 말고, 그 시간에 도서관에서 고전을 읽으며 진정한 지혜와 용기를 얻어야 한다. 진정한 마시멜로는 각고의 인내와 자아성찰, 고독 뒤에 얻어지기 때문이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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