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지는 오래됐다. 위험성이 높은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전남도(여수)와 울산은 지난 2008년부터 특별법을 통해 폭발위험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국가공단이 아닌 석유화학단지를 갖고 있는 서산시가 국가산단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 7월 주승용(국민의당·여수을) 의원이 ‘석유화학 시설 및 석유비축시설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석유화학시설과 석유비축시설의 주변은 화재, 석유 누출, 토양 오염 등에 따른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전에 버금가는 분명한 기피시설임에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책은 없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울산에서도 4일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지원법률 제정 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산업단지 주변 지역 발전 및 문화유산보존연구회가 마련한 이 세미나에서 한동영(울산시의원) 회장은 “주민 불안감 해소, 산단기업의 안정적인 생산과 인프라 구축,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안전관리의 종합적인 개선을 위해 국가산단 주변지역 지원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전문가들의 제안 가운데 울산시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권창기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이 제시한 ‘국가산단과 원전 주변의 대피로와 대피시설 확보’가 꼽힌다. 근래들어 석유화학단지내에서 폭발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므로 대피로와 대피시설 확보가 매우 시급해졌다. 원전과 관련해서는 이미 주변지역 지원법이 마련돼 있어 대피로와 대피시설 확보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법제정을 통해 주변지역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선 대피로 확보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국토연구원의 장철순 연구위원이 주장한 ‘국가산단 전체 보다는 석유화학단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전략’과 ‘울산시 남구와 여수, 서산시 등의 공동협의체 구성’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지진과 폭우·폭설 등의 기후변화로 인해 울산시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다. 산업단지 주변 지역민들에 대한 보상은 점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석유화학단지와 석유비축시설, 원전 등 초대형 복합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시설의 인근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 인프라 구축에 먼저 관심을 쏟아야 한다. 특별법 제정 이전에 안전추구의 기본권 확보 차원에서 대피로와 대피시설 확보가 먼저 이루어지도록 여수와 서산 등지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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