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위기의 고급음식점

▲ 김영란법 시행 이후 울산지역 한정식, 일식집, 한우음식점 등 고급음식점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남구 삼산동의 한 한우음식점이 업종변경을 위해 공사중이다.

김영란법 시행이후 매출이 급감한 울산지역 고급음식점들이 자구책으로 3만원대 이하의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나 이마저 장사가 안되자 일부에서는 리모델링을 통한 업종변경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낮 12시께 남구 신정동 A한정식집은 점심시간임에도 10여개의 방 중 손님이 있는 곳이 2~3곳에 불과했다. 건물 주차장을 관리하는 직원은 그전에는 점심시간이면 차량들이 몰리면서 차량유도를 하느라 진땀을 뺏으나 지금은 한산하다고 했다.

한정식·일식집·한우식당 등
평균 매출 50~70% 떨어져
“업종변경·폐업 고려” 증가세

A한정식집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나서 매출이 절반 이상은 줄었다”며 “그나마 연말은 단체손님이 많은 대목인데도 현재 예약률이 평년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울산지역 주요 한정식들의 매출은 평균 절반에서 많게는 70% 이상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한정식집들은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폐업 혹은 업종변경을 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달동의 B한정식집도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3만원대 이하의 저녁메뉴를 새로 출시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매출하락을 막지 못했다. B한정식집 주인은 “그나마 점심때는 손님이 있는 편인데 저녁에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졌다”며 “아무리 가격대를 낮추고 홍보를 해도 사람들이 안 찾아오니 어쩌겠나”고 하소연했다.

시청 인근에서 영업한지 20년이 넘은 C한정식집은 좌식위주의 매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메뉴도 1만5000원~2만원대의 단품으로 변경을 고려중이다. D한정식 주인은 “(매출이)말도 못할 수준이다. 그나마 가게부지가 내 땅이라 버티는 거지 이대로는 유지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영란법 여파에 맞춰 발빠르게 업종변경에 나선 곳도 있다.

남구 삼산동의 E한우음식점은 지난달 17일 고급한우매장을 정리하고 건물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E음식점은 건물 한쪽에는 한우국밥과 설렁탕을 판매하고, 한쪽에서는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고깃집 운영을 그만뒀다.

E음식점 관계자는 “한우가 마진도 얼마 남지 않고 최근 들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매출까지 하락해 장사를 접었다. 이 자리에 무슨 장사를 할지는 아직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일식집과 초밥집 등도 업종변경에 나서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일식집 등은 해산물을 다루는 특성상 기본 5만~7만원대 코스 가격을 3만원대 이하로는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산동의 F참치집 관계자는 “기업체 손님 위주라 크게 영향을 안 받을 줄 알았는데 울산 경기영향도 있고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주변 일식집들 중에서 아직 폐업을 한곳은 없지만 더러 업종변경을 생각하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산동의 한 일식집은 낮에는 국밥 등의 단품메뉴를, 저녁엔 선술집(이자까야)으로 운영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해산물 안주류를 파는 형태로 업종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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