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숙원"이라는 말을 참으로 흔하게 쓴다. 미루어져 있던 일을 시작할 때마다"시민의 숙원이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흔하게 쓰이는 만큼 진정한 의미를 담기 보다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예사로 생각하고 보아 넘긴다. 정말 "숙원"이었는지를 곱씹어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울산문예회관의 음향개선은 말그대로 울산문화계의 "숙원"이다. 연주장을 찾는 수많은 울산시민들은 물론이고 전국에 있는 음악가들의간절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지 연주자들 사이에서 울산문예회관 무대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며칠 후에 열리는 한 연주회의 지휘자가 주최측이 공연장을 문예회관으로 잡아놓았으나 동구 현대예술관이 아니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여 장소를 옮긴 예도 있다.  울산문예회관의 공연장은 무대에서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무대 위와 옆으로 새는데다 객석 벽면과 바닥으로 흡수되어 버리고 객석에는 반정도 밖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악가들은 무리해서 고함을 지르다시피 발성해야 하고 바이올린 연주자들도 있는 힘을 다해 활을 휘둘러야 한다. 그래도 마치 실력이 없는 것처럼 들리니 연주자나 관객 모두가 만족스런 음악회를 가져본 적이 없다.  울산문예회관은 이 오랜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추경에 6억6천만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예산심의를 하는 시의회 의원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이다. 올해 당초예산에서 2억5천만원에 하겠다고 했다가 이제와서 9억1천만원이 든다며 예산을 더 달라니 의아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예회관 측은 당초에는 음향반사판만 보수하면 된다는 상식적인 조언에 따라 예산을 잡았으나 막상 시설개선으로 하려고 정확한 진단을 해보니까 전면개선을 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추경에서 예산을 대폭 늘려 신청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한다. 그 또한 충분히 납득되는 일이다. 음향전문가가 우리나라에 몇명 안되는데다 본격적인 진단을 하지 않고는 알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완공된지 얼마되지도 않아 벌써 시설개선을 해야한다니 건축물을 엉터리로 지었다는 말이 아니냐는 의혹도 무리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울산문예회관의 공연장은 음향설계가 없이 지어진 공간이다. 80년대 초반에 설계된 탓에 음향에 대한인식이 부족했을 뿐아니라 종합문화예술회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목적 공간이었기 때문에 음향에 대한 고려는 더더욱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음악공연도 예상하고 그에 걸맞는 음향시설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에 와서 그 시점으로 돌아가 문제를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스팔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때 시멘트로 도로포장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부실공사"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시민정서 함양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시립예술단체를 줄줄이 만들어놓고 그들을 절반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낭비라는 생각을 해야할 때다. 이 만큼 성장한 문화예술계가 6억6천만원의 예산 때문에 뒷걸음질 쳐서는 안되는 절실한 시점이다.  믿을만한 전문가의 진단결과와 개선안도 나와 있다. 그 전문가는 성능이 뛰어난 음향측정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음향반사현상을 측정한 결과, 음향반사판을 교체하고 객석 양쪽 벽면의 오목한 부분을 볼록하게 만들면 잔향시간이 현재의 1.1초에서 1.58초로 높아져 음악홀의 잔향권장기준치인 1.6초에 육박하게된다고 한다. 음향이 좋다는 동구의 현대예술관이나 국립극장의 수준이 되는 것이다.  문예회관의 예산신청 방법이나 건축시의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음향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앞서서는 안된다. 음향시설 개선은 울산문화발전을 위한 절실하고도 시급한 진짜 "숙원"이기 때문이다. 시의회가 문화계의 "숙원"을 외면하지 않기를 간절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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